189일 차 아기 육아일기
24년생 단톡방에 있는 엄마들이 모이기로 한 날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키즈카페. 관악구에서 운영하는 무료키즈카페라 더 좋다.
오늘 축복이는 아직 앉지도, 서지도 못한다. 그런 축복이가 키즈 카페로 향한 건 순전히 키즈 카페 자체가 궁금했기 때문이고 다른 엄마들과 어울리고 싶기 때문이었다.
약속 시간은 10시.
좀 이른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축복이는 비몽사몽인 시간이니까. 그래도 강행하기로 했다. 지난번 엄마들 모임 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밌고 힐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분주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내 머리도 감아야 하고 진하지 않은 화장도 하고 싶고, 아침도 먹어야 했다. 축복이가 배고플 수 있으니 나가기 전 수유도 해야 하고 남부끄럽지 않은 외출복도 입혀야 했다. 그 분주함을 뒤로하고 잠에 취한 축복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날씨가 참 좋았다. 햇살이 따뜻한 오전이었다. 그런데 약속장소가 생각보다 집에서 멀었다. 더군다나 유모차를 끌고 가자니 더 멀게 느껴졌다. 그 사이에 이미 축복이는 곯아떨어졌다.
도착하니 5명의 엄마들이 와 있었다. 그런데 같은 24년생이라도 모두 축복이보다 먼저 태어난 아기들이라 축복이보다 발달이 빨랐다. 앉지 못하는 아기는 축복이밖에 없었다.
스스로 앉지 못하는 아기를 굳이 도움을 줘서 앉힐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책에서 읽고 그대로 했기에 축복이는 않는 연습조차 하지 않은 아기였다. 그래서 어찌어찌 앉혀도 축복이의 앉은 자세는 불안하기만 했다. 결국 축복이는 누워있거나 엎드려 있어야 했다.
다른 아기들도 아직 아기들끼리 상호작용이 되는 발달 단계는 아니라서 서로 무언가 하며 재밌게 놀진 않았지만 앉거나 서서 복닥거리며 모여있는 모습이 꽤 좋아 보였다.
하지만 우리 축복이는 그 무리에 낄 수 없었다. 키즈 카페 오기 전에 우리 축복이가 막내라는 사실을 알고 왔지만, 막상 오니 생각보다도 더 뻘쭘했다. 우리 축복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엎드려서 인형을 물어뜯는 건데 남들도 다 같이 쓰는 인형을 물어뜯는 게 영 찝찝했다. 그리고 축복이가 물어뜯게 된다면 그 인형도 더러워지니 여러모로 심란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잠에서 덜 깬 축복이는 도착한 지 몇 분이 되지 않아 계속 칭얼대고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다. 키즈 카페까지 가서 아기띠를 하고 재우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아기띠로 축복이를 안았다. 매트 하나 없는 차디찬 맨바닥에 앉아있다가는 내가 감기에 걸릴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먼저 가겠다고 하고 키즈카페를 나섰다. 축복이는 키즈카페에서 나와 유모차에 누우니 바로 울음을 그쳤다.
흑...엄마가 욕심 부렸나 봐.
미안해.
키즈카페에서 머문 시간보다 준비하는데 더 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유모차에서 잠든 축복이를 확인하고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달달한 케이크 나와 음료를 주문했다. 뭔가 마음이 헛헛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동동거리는가.
나는 다른 아기들이 어떻게 노는지, 관악구에서 만든 키즈 카페가 어떤지 궁금했다. 엄마들끼리 주고받는 정보들도 궁금했고 같은 동네 엄마들끼리 친해지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우리 축복이는 아직 앉을 줄도 모르는 아기이고, 굉장히 졸린 시간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강행한 건 내 욕심이었다.
스타벅스에 앉아 생각했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정보를 모으는 건 좋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아기가 지금 어떤 가이다. 남들이 좋다는 것을 쫓아다니면서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아기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그걸 지체 없이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단톡방을 보니 내가 스타벅스에 와 있는 동안 다른 엄마들은 키즈카페에서 나와 함께 브런치를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도 같이 갔으면 좋았겠지만 내가 있는 곳과는 꽤 멀어서 갈 수는 없었다.
케이크 한 입을 베어 물며 생각해보았다. 그 모임에 아동바동 끼지 않아도 괜찮다. 물론 함께하는 육아 동지가 큰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너무 무리한다면 오늘처럼 나에게 꼭 맞지 않는 옷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의 교훈이다.
먼저 엄마의 시선을 축복에게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