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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페어가 이런 거라니

191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난 베이비페어
굳이 안 가.


주변에서 임신 기간부터 베이비페어 다녀왔다고들 했지만 난 한 귀로 흘렸다. 베이비페어 혜택이 아무리 좋아도 온라인보다 쌀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5월 코엑스 베이비페어에 가게 됐다. 카시트를 비교해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는데 베이비페어 전에 이미 카시트를 사버려서 결국은 순전히 구경 삼아 가보게 됐다.

베이비페어 첫날. 코엑스 진입부터가 어려웠다. 궂은 날씨에도 아기부모님들이 죄다 차 끌고 나왔나 보다. 코엑스 들어가는 입구에서 2시간을 기다렸다.


그동안 차에서는 난리통이 벌어졌다. 축복이는 배고픈지 쉬지 않고 울어재꼈다. 그런데 나는 모유수유를 하기 때문에 카시트에 앉은 상태에서 수유를 할 수가 없었다.


악쓰며 엉엉 우는 축복이를 달래려 비닐봉지 소리도 들려주고 튤립 사운드북 노래도 들려주고 각종 효과음을 입으로까지 내 봤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그런 시도가 통하지 않을 만큼 배고프고 힘들었던 것이다.


결국 코엑스로 들어가지 못하고 파르나스 몰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차가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축복이를 카시트에서 꺼내어 안았는데 땀이 흥건했다. 머리는 숫제 다 젖어있었고 옷도 축축했다.


그 순간 나는 너무 미안해졌다. 하필 오늘이 비 오는 날이라 행여나 축복이가 추울까, 차 안은 히터를 틀고 축복이는 내복에 점퍼까지 세 겹을 입은 상태였다. 바로 옆 좌석에 앉아서 축복이를 달래려고 이리저리 노력했으면서도 축복이가 더울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아무 효과도 없는 노래나 부르고 있었던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폭삭 젖어서 울고 있는 축복이를 보자 눈물이 났다.

엄마가 정말 부족하다.
축복아, 정말 미안해...


뒷좌석에서 갑자기 울음이 터진 나를 보고 남편은 당황하는 듯 보였다. 나도 평소엔 자식이 운다고 같이 우는 부모는 참 어리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그러고 있다니 울면서도 당황스럽기는 나도 매한가지였다.


어쨌든 축복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베이비페어에 가도 축복이가 뭔가 재밌는 건 아닌데... 남편과 내가 너무 우리 욕심으로 베이비페어 일정을 강행한 거 같아서 속이 상했다.


다행히 가져온 여벌 옷으로 갈아입히고, 급한 대로 차에서 수유를 한 후 우리는 다음 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미 시간은 네 시. 아침도 점심도 못 먹은 상태라 너무 배가 고팠다.(그래서 더 눈물이 나왔나 보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딤딤섬으로 가서 후다닥 먹고 바로 베이비페어 장소로 갔다. 그때가 이미 5시였다. 베이비페어는 6시에 마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이 급했다.




코엑스 베이비페어가 정말 큰 행사라고는 들었는데 과연 정말 많은 업체들이 와 있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는데 피크 시간대는 끝나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러나 내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임신 기간을 지나 출산도 이미 했고 신생아용품도 이미 다 사서 딱히 필요한 게 없으니 그 많은 업체들을 둘러볼 필요도 없었다. 폐장까지 남은 한 시간 동안 여름맞이 담요와 이유식 식기 몇 개를 샀다. 그래도 인터넷 최저가보다는 조금 싸게 샀다. 그러나 주차비가 2만 원 이상 나와서 결국 아낀 건 아니다.


베이비페어는 생각보다 시시했다. 우리가 너무 늦게 가서 사은품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고 시간에 쫓겨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냥 내가 아기를 키우는 부모로서 베이비페어에 왔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만은 했다. 역시 남들이 임신 기간에 베이비페어에 가는 이유가 있었다.


정말 아침부터 제대로 시달린 하루였다. 이런 게 베이비페어라니, 나에겐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일 것이다.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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