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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뷔페, 방금 들어왔는데 나가라고요?

194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어버이날을 맞아 어른들을 모시고 호텔 뷔페 라센느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전 11시까지 도착해야 하는 일정이라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그런데 아기를 데리고 외출한다는 건, 참 준비할 것이 많다는 의미이다. 꽤나 긴 외출이 예상되기에 기저귀부터 여벌 옷, 장난감 등 디테일한 것까지 모두 챙겨야 했다. 그리고 어버이날 꽃을 예약했기에 픽업도 가야 했다.


충분히 서두르지 않은 우리는, 결국 늦어버렸다. 호텔에 도착하니 11시 15분경이었다.




그런데 유모차에 얌전히 타고 있던 축복이가 뷔페에 도착하마자 배고파했다. 줄까지 서서 따땃한 스테이크를 받아왔을 때였다. 마음 같아서는 일단 고기를 조금이라도 먹고 수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댁 어르신들께서도 보고 계시기에 얼른 엉덩이 가볍게 일어나 수유실로 향해야 했다.


다행히 수유실은 뷔페 내에 있어 수월하게 수유를 끝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식사시간.


받아두었던 고기는 차갑게 식어있었지만 그래도 부드럽고 맛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뷔페라 그런지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그런데...

축복이는 졸린지 칭얼대기 시작했다. 유모차에서 꺼내 안아서 달래 봐도 이미 졸리기 시작한 축복이는 계속 보챘다. 결국 남편이 아기띠를 하고 음식을 먹기로 했다. 외식을 자주 안 하는 우리 부부가 하는 '첫 아기띠 식사'였다.


축복이는 아기띠로 안아주자 귀신같이 차분해졌다. 아무래도 낯선 환경에서 주변 상황이 궁금도 하고 안정이 필요했나 보다.


하지만 덕분에 (?) 남편은 뷔페에 음식 가지러 가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뷔페이지만 골라 먹는 게 아니라 시어머님이 손수 가져다주시는 고기폭탄 접시를 받아야 했다.(ㅋㅋㅋㅋㅋ) 그마저도 아기에게 흘릴까 봐 거의 먹지 못했다. 아기가 잠들자 손수건을 아기 머리에 덮어주니 그제야 남편은 뭘 조금 먹었다.




남편이 아기를 안고 고군분투하는 사이 나는 제대로 된 식사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아까 수유하느라 놓친 따뜻한 고기를 다시 받아왔다. 그렇게 신나게 먹고 있는데 웬 친절한 직원분이 오셔서는 이제 음식 더 이상 안 나온다고, 1시에 나가야 한다고 안내하셨다. 20분 남은 상황.


사람들은 그 안내를 받고 슬슬 일어나는 분위기였다. 우리 어르신들도 이제 더 이상 음식을 가지러 가시지 않으셨다. 문제는 우리 부부였다. 오랜만에 온 뷔페에서 다른 건 맛보지도 못하고 고기만 먹고 가다니! 나는 특히나 너무 예쁜 디저트들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질주하듯
디저트 섹션으로 갔다.



그 짧은 시간 내에 먹고 싶은 디저트를 다 담아 왔다. 단순히 맛있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고급스럽고 달콤했다. 한 접시만 더 먹어야지, 했는데 축복이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또 수유실로 향했다.


일을 끝마치고 수유실에서 나오니 사람들은 다 가고 없었다. 우리 가족은 남편과 내 짐을 챙겨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의 뷔페 식사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아기가 없을 때는 2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더군다나 남편과 나는 많이 못 먹는 소식가라 더 그랬다. 하지만 6개월 아기와 함께 하는 뷔페는 2시간이 모자라다. 물론 우리가 황금 같은 시간에 늦어버린 탓도 있지만, 모쪼록 아쉬움이 남는 식사였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있어 그런지 오늘 뷔페 손님들이 거의 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단위 손님이었다. 어른과 똑같은 의자에 앉아 식사하는 아이들을 보니 참 기특하고 귀여웠다. 우리 축복이에게도 저런 날이 곧 오겠지. 아이들을 보며 나 혼자 씽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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