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일 차
입 벌려 아~
제발 벌려줄래?ㅠㅠㅠ
하루 두 끼 이유식 먹을 때마다 전쟁이다. 축복이는 이제 이유식이 맛없다는 걸 알았는지 이유식 시간만 되면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돌리기 바쁘다. 이 어린것이 어떻게 숟가락이 입에 들어가면 이유식을 먹게 된다는 걸 아는지, 혹시나 숟가락이 입에 닿을세라 고개를 휙휙 잘도 돌린다. 숟가락 피하는 속도가 대견할 지경이라니까.
축복이가 안 먹는 게 정말 크나큰 고민이다. 8개월이 된 축복이가 이유식을 먹는 양은 한 끼 30~50mL. 이 시기는 이유식 '중기'로 보통은 하루에 2끼를 먹이지만, 축복이는 너무 안 먹어서 3끼로 늘렸다. 하지만 3끼로 늘린다고 먹는 총양이 별로 늘어나지는 않았다. 한 번 먹을 때마다 30분씩은 걸리는데, 별로 되지도 않는 양을 가지고 씨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세 끼를 먹은 후부터는 축복이도 나도 스트레스가 늘었다. 그래서 일단은 남들처럼 두 끼만 먹기로 했다.
아기가 밥을 안 먹으면
과일을 먹여보세요.
과일과 밥을 함께 먹이면 아기가 잘 먹는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누구는 아기에게 과일을 주면 달콤한 맛에 길들여져 오히려 더 밥을 안 먹게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쨌든 우리 축복이는 너무 안 먹는 아기였다. 그래서 과일의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일단 먹이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생애 처음으로 과일에 도전해 보았다.
첫 과일은 블루베리바나나였다. 이유식 업체 '클레'에서 파는 퓌레형태의 제품이었다. 과연 잘 먹어줄까. 이유식 스푼의 반 정도의 양을 떠서 축복이 입에 넣어주었다. 축복이는 혀끝으로 살짝 맛을 보더니 찡그렸던 표정을 풀며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
그래, 바로 이거야!
소고기죽과 블루베리바나나퓌레를 섞어서 주기 시작했다. 스푼에 먼저 소고기죽을 뜨고, 스푼 머리에 블루베리바나나를 떠서 앞부분 맛에 유혹당해 한 숟가락을 다 먹도록 했다. 과일을 많이 먹는 게 안 좋다니까 최대한 적게 주기 위한 엄마 나름의 꼼수였다. 축복이는 엄마의 이런 교묘한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고기죽을 단독으로 먹을 때보다는 훨씬 잘 먹었다. 축복이는 왠진 몰라도 소고기가 싫나 보다. 엄마는 없어서 못 먹는다, 축복아!
하지만 이 방법도 다섯 스푼 정도까지는 잘 먹혔으나 그 이후부터는 약빨이 떨어졌다. 그래서 그냥 블루베리바나나 퓌레와 소고기죽을 섞어서 줘봤다. 축복이는 살짝 달라진 맛을 보느라 그렇게 몇 숟가락을 받아먹었고, 40~50mL의 이유식을 해치웠다. '완밥' 성공!
어릴 때 '당'을 너무 많이 먹으면 뇌 발달에도 악영향이 있다는 기사를 최근에 봤던지라 이런 이유식 먹이기 방법이 조심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음식을 아예 안 먹으면 그것대로 또 뇌 발달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다. 일단 먹는 게 재미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해야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먹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당분간은 '과일 퓌레 유인 작전'을 사용할 것 같다.
아, 물론,
고급 입맛 우리 축복이가
'맛없는' 음식 자체를 먹을 날이 올까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