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일 차 아기 육아일기
원래 이렇게 많이 흘리는 거야?
축복이가 이유식을 먹은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많이 흘린다 싶었는데, 한 달이 지났는데도 너무 많이 흘린다. 뭐 집 깨끗하려고 아기를 키우는 건 아니니까 먹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흘려도 좋다. 문제는 많이 먹지를 않는다는 거다. 7개월 다른 아기들은 한 끼에 100mL씩 먹는단다. 우리 축복이는 하루에 100mL도 안 먹으니 걱정이다.
축복이는 침을 많이 흘리지 않는 편이라서 평소 턱받이를 잘 안 하는데, 이유식 할 때는 필수이다. 그러나 이유식 필수 준비물이라는 국민템 '베이비뵨 턱받이'는 우리 축복이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무겁고 모양도 둔탁한 게, 좀 요란하다 싶긴 했다.
일반 천 턱받이를 하고 이유식을 먹는 우리 딸. 그러나 턱받이 착용이 무색하다. 처음 몇 숟가락은 잘 받아먹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이내 입을 앙다문다. 그리고 고개를 획 돌려버린다. 우리 딸이지만 그럴 땐 좀 얄밉다.
그런데도 계속 숟가락을 들이밀면 축복이는 숟가락을 숫제 손으로 잡아버린다. 그리고 애써 만든 이유식을 손으로 잡아 오만 데 다 묻혀버린다. 이제부터가 이유식 지옥 시작이다.
이유식 온도를 높여도 보고, 입자를 굵게도 해보고, 물을 추가해 봐도 앙다문 입은 열리지 않는다. 급기야 신나는 노래를 시작하고 박수를 쳐서 주의를 끌어보지만, 눈은 반짝여도 입은 열리지 않는다.
그렇게 씨름하기를 30분. 그릇은 다 비워지지 않았는데도 거실은 난리가 났다.
손과 옷에 이유식이 잔뜩 묻은 것은 물론이고, 바닥에도 소고기 부스러기가 나뒹군다. 먹는 건 30mL도 안 되는데 한번 먹고 나면 닦아야 할 곳이 많다. 아기 손, 얼굴, 하이체어, 그릇, 숟가락, 하이체어 매트를 닦고 옷도 빨아야 한다. 그러니 치우는 데도 20분은 우습게 지나간다.
이유식 준비부터 정리까지 1시간 동안의 전쟁을 마친 나는 진이 빠진다. 잠깐이라도 침대에 누워 쉬고 싶어진다. 하지만 잠깐의 휴식이라고 아기가 봐주겠는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심심하다고 놀아달라고 칭얼댄다. 휴, 이유식 전쟁은 언제 끝날까.
그래, 알았어!
엄마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