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일차 아기 육아일기
여보, 오늘 아쿠아리움 가면 안 돼?
어제 200일 사진 촬영의 여파로 집에서 좀 진득하게 쉬고 싶은 토요일 오전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축복이에게 체험을 시켜주고 싶다며 아쿠아리움에 가자고 졸랐다. 이런 표현이 남편에게 좀 미안하지만 말 그대로 '졸랐는 걸', 그대로 표현해야지 어쩌겠는가.
나도 축복이에게 신기하고 좋은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쿠아리움 입장권은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축복이가 동물에 관심을 가질 시기에 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한 달 전 동물원에 갔을 때도 축복이는 동물엔 관심 없고 자기 바빠서 김빠졌던 걸 생각하면 안 가는 게 맞았다. 축복이에게 아쿠아리움은 아직 이른 것 같았다.
내 생각을 말했는데도 남편은 못내 아쉬운 듯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남편에 맞추고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입장권 할인 방법을 검색했다. 할인을 받아도 비쌌지만 정가를 다 주고 가는 것보단 저렴했다. 가니 마니 하며 미적대던 우리는 5시가 넘어서야 아쿠아리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과연 축복이가 아쿠아리움을 잘 볼 수 있을까?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쿠아리움에 들어섰다. 축복가 발을 동동 구르는 걸 보니 다행히 컨디션이 좋았다. 축복이는 바다생물들을 알아볼 수 있을까?
어두운 실내, 어항에 켜진 불빛을 보고 축복이는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이내 어항 속 물고기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기 시작했다. 축복이는 나오면 잠드는 아기라 언제 잠들지 몰라 우리는 조급했다. 서둘러 이 아쿠아리움의 하이라이트인 돌고래 벨루가를 보여주기로 했다. 우리는 휘황찬란한 어항들을 지나치고 벨루가가 있는 초대형 어항으로 갔다.
컨디션이 나빠지기 전에 보여줘야 해!
축복이는 벨루가를 보자 무척 좋아했다. 벨루가가 다가오자 발을 동동 구르며 반가움을 표현했고, 헤엄치는 벨루가를 눈으로 쫓으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축복이가 벨루가를 알아본다는 것이 신기했다.
됐다,
이것만으로도 오늘 입장료는 다 뽑았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걸 봤으니 다시 돌아가 천천히 관람했다. 우리는 작은 열대어 떼를 보며 물멍도 때리고, 신나게 헤엄치는 수달도 봤다. 포토존에서는 가족사진도 찍었다. 예전에는 남편과 데이트 때 둘이 와서 사진 찍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가장 소중한 축복이와 함께 셋이 사진을 찍는다.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한 달 전 동물원에선 잠만 자던 축복이. 오늘은 끝까지 울지 않고 관람을 마쳤다. 기념품점 인어 인형까지 보고 환하게 웃으며 아쿠아리움을 나섰다. 그러므로 오늘의 아쿠아리움 나들이는 성공적! 한 달만에 축복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날이었다.
+ 롯데마트에서 먹은 소고기는 환상적이었다. 맛도 맛인데 가성비가 너무 좋으니 주부로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이러니 남편 말에 따라준 내 자신을 칭찬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