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완전모유수유맘이 젖 끊는 법: 숨어서 자라!

완모맘의 단유준비 4일째

by P맘한입
꿀꺽꿀꺽,
축복이의 분유 먹는 소리가 새벽을 흔들었다.


13개월 완전 모유만 먹은 축복이는 4일째 하루 1번 모유만 먹고 있다. 아무 대중도 없이 밤이고 새벽이고 시도 때도 먹다가(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돌치레로 아프면서 수유텀이 더 심각하게 망가졌다.) 딱 한 번으로 제한하면서 생각이 많았다. 행여 너무 많이 울면 어쩌지, 젖을 줄 때까지 울면 어쩌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우리 집에서 분유는 하수구로 들어가기 바빴는데 이젠 아니다! 축복이가 분유를 너무 잘 먹는다! 일어나자마자 140mL를 먹었고, 점심 먹고는 120mL를 먹었다. 돌 지난 아기라도 하루 500mL를 먹는 게 권장된다고 하니 적당한 것이다! 축복이는 한 번에 80mL도 채 먹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벌컥벌컥 마시다니! 너무나 큰 변화였다!


젖에 대한 그리움을 분유 먹는 것으로 푸는 건가. 이유야 뭐든지 간에, 나는 완모지만 늘 분유수유를 하고 싶어 했던 사람으로서 너무나 반가운 일이었다. (모유보다 분유에 결핍 없는 완벽한 구성의 영양이 있을 것 같고, 모유 수유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글의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이다. 축복이는 요즘 기어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비스듬하게 세워진 병풍도 암벽등반하듯 타고 올라가서 TV까지 손을 뻗쳐서 고점을 찍고 내려온다.


모유를 찾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는 축복이를 피해야 했다. 특히나 잠 시간에 내가 축복이 눈에 띄면 젖을 줄 때까지 울 게 뻔하기 때문에 눈에 띄지 말아야 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이것이다.

웅크려서 숨어 자기


평소 축복이와 우리 부부는 분리수면을 하지 않고 같은 방에서 잔다. 나는 축복이에게 보이면 안 되니 상황이 참 애매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식은 바로 숨어서 자는 것이다. 축복이가 깊이 잠들었을 때 들어와서 침대 위에 올라가 이불을 높게 쌓아 가리고 잔다. 혹시나 내 얼굴을 보면 이쪽으로 달려올 게 뻔하니까. 그래서 젖 끊는 데는 남편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축복이 눈에 띄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하도 웅크리고 잤더니 몸이 쑤신다.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이야.




볼일 있어서 밖에 나갔다 들어오니 축복이는 나를 보고 빵긋 웃다가 곧 대성통곡했다. 내가 없는 걸 알고 그리워했나 보다. 이제 많이 큰 우리 딸. 모유를 줄인 지 4일째가 되니 30분 이내로 별로 울지 않고 잠들었다. 13개월의 길고 지난했던 모유수유가 이렇게 끝나가나 보다. 내일 마지막 수유 한 번만 남겨두고 있다니 섭섭함이 밀려온다. 단유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조금도 섭섭하지 않았다. 축복이가 이유식과 유아식을 너무 먹지 않는 탓에 일단 어떻게든 빨리 단유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이제 젖 주는 일을 한 번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속상하다.


우리 축복이는 참 예쁜 아기다. 맞다, 나는 고슴도치맘이다. 내 아기니 나에게 가장 예뻐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겠는가. 그런 예쁜 애기가 가장 예쁠 때는 단연 젖을 먹을 때이다. 그러면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다는 말인가! 젖 먹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다니. 슬프다. (배고프다고 운 적은 거의 없지만) 졸리다고 젖 달라고 우는 모습, 배고팠다 먹으면 '크앙' 하고 입을 벌려 젖을 잡아채는 모습, 졸려하면서 눈 감고 젖 먹는 모습, 젖 먹으면서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내 옷을 이리저리 만지던 모습... 다시 느껴보지 못할 행복이겠지.


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었지만 축복이와의 모유수유도 이렇게 끝이 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3개월 완모맘의 단유 3일째, 그 변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