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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윤석열 탄핵에 대한 공이들의 입장문

자유를 위한다며, 자유를 억누른 자들의 결말

by 박세환

우리 '공론장과 이야기들'이 페미니즘과 PC주의 엘리트들을 향해 반대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던 건, '소수의 계몽된 자’들이 스스로를 정답이라 여기며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그 오만한 우월감에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설령 당신네들에게 어리석다 조롱받는 이라 할지라도 사람은 자기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으며, 그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자들이야말로 진정한 부도덕의 씨앗이라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그런 우리가 어떻게 윤석열의 ‘계엄’이라는 말도 안 되는 폭주에 동의할 수 있을까요?


‘계몽된 소수’가 ‘어리석은 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자유를 억압하고 권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그 논리—그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맞서온 엘리트 파시즘의 또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자유를 말하며 억압을 행하는 자들. 민주를 외치며 계엄을 선포하는 자들. 그들이 지키고자 했다는 ‘자유민주주의’는, 결국 그들 자신조차 뜻을 알지 못한 채 그저 중얼거리기 편한 주문으로 변질된 껍데기 신앙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윤석열의 파면을 단지 한 개인의 몰락이 아니라—한 사상, 한 시대의 오류, 오만한 엘리트 계몽주의 그 환상의 붕괴로 기억하길 바랍니다. 이것이 단 한 번의 파문이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종언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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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탄핵 반대를 외치던 많은 이들이 현실로 돌아오고 있는데, 그 귀환이 다소 늦을지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문을 열어두고자 합니다. 이들의 귀환은 신념의 굴복이 아니라 이성의 회복이며, 패배자의 복종이 아니라 공동체의 복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돌아오는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이제부터 우리가 다시 손잡고 일상을 회복해갈 수 있다면 이는 우리가 서로의 오만을 이겨낸 소중한 증표로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저 안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도 말하고자 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분란의 칼을 내려놓고 삶으로 돌아오기를. 사랑하는 형제자매들과 친구와 이웃들이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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