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 '정치'를 이해하지 못한 공무원의 말로

계란말이는 구울 줄 알았지만 정치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by 박세환

계엄 시도가 폭망으로 끝나고, 이제 공동체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만을 남겨둔 지금 시점에서 ‘윤석열’이라는 인간을 다시 들여다본다.


최대한 선의로 보자면, 윤석열은 그냥 ‘고집 세고, 시킨 일 열심히 하는 전형적인 공무원형 인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정치'라는 영역이 '그 정도'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었다는 점이지ㅇㅇ


세상 모든 업무분야들이 그러하듯, '정치'라는 영역에도 소위 '감각'이라는 게 필요하다. 필자가 매번 떠들어왔듯 '정치의 본질은 정서'이기에, '정치'를 하려는 자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정서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정치사회 논의의장'에서 떠들어지는 소리들을 파고들어 그 언어 속에 담긴 정서가 무엇인지를, 어떤 정서가 논의장에서 어떤 언어구조로 표출되는지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는 이다.


정말 기본적으로, 현대 정치사회를 구분 짓고 지배하는 4개 사분면


1 사분면 : 자유지상주의 시장자유 능력 경쟁 약육강식 이준석

2 사분면 : 신좌파/리버럴 페미피씨

3 사분면 : 구좌파 사회주의 반서방주의

4 사분면 : 종교 전통 권위 보수주의


이들의 본심(정서)과 제도권에서 표면적인 명분으로 꺼내놓는 언어를 이해하고 있어야 다.(ex : 여성계가 "강선우 갑질 OUT!"을 외칠 때, 그 속내엔 페미니즘을 더 강화해 달라는 본심, 정서적 의도가 들어있다.)


이 미묘한 언어의 층위와 정서의 파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결국 제도권 정치의 표피를 부유하는 언어의 껍데기만 쫓다가 난파당하게 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최대한 선해해서) 그냥 '고집세고 시킨 일 열심히 하는 공무원'이었던 윤석열은 이런 복잡 미묘한 세계를 평생 마주할 필요가 없었던 전형적인 사무실 공룡이었고, 그의 정치사회 이해도는 그 나잇대 한국 아조씨들 평균값에서 1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 머시냐 응? 산업화, 민주화를 달성해 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선진 자유대한민국! 얼마나 멋지냐 이거야. 으이? 뿔괘이 새끼들 그거 으이? 불만만 많아가꼬 말이지 으이?"

"요즘 젊은것들은 말이여, 거 나약해빠져가꼬, 그게 다 편하게 살아서 그래 편하게 살아서! 배때지가 불러가 남녀끼리 싸우기나 하고 말이지 으이? 그려 안 그려? 라떼는 말이여~"


그가 정치사회를 이해하는 정도는 딱 이 정도. 그 이상으로 복잡한 정치적 논의들은 그에겐 그저 소란스러운 감정 과잉의 장터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들 보다시피 재앙, 국정 전체의 난파였다.


"나라가 말이여! 이렇게 힘든데! 뿔갱이 새끼들 말이지, 그거 불만만 많아가지고, 맨날 내 말에 토 달기만 하고, 응? 내가 대통령인데 내 말 안 들으믄 어떻게 돼? 응? 이거 이거 나라가 다 빨갱이들한테 넘어가는 거 아냐? 그려 안 그려? 으이? 이거.. 저거 북괴 빨갱이들 내려오믄 나라 다 넘어가는 거 아녀? 으이?"


그냥 가만히만 있었어도 됐다. 조국은 이미 넘어졌고 이재명도 흔들리고 있었다. 윤석열은 그냥 고지에서 태연하게 눌러앉아 허허허 헛웃음만 치고 있어도 정국의 주도권을 자동으로 넘겨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조차 해내지 못했다. 그렇게 ‘가만히 있는 것’조차도 소정의 정치적 감각이 필요한 일이었고, 우익우파들에겐 유감스럽게도 윤석열에게는 '그 정도의 감각'이 없었다.




종종 나오는 인터넷 밈마따나, 그냥 동네 술집 사장님 정도였으면 딱 좋았을 사람이다. 단골손님들한테 전매특허 계란말이 한 판 서비스로 구워주면서, 가끔 주말 할배 손님들이랑 막걸리 한 잔씩 주고받으면서, 뿔괘이 타령 좀 해 주고 요즘 애들 싸가지 어쩌고 함 날려주면 딱이었을 사람.

하지만 역사의 if는 없다. 그는 자질이 없는 채 정치라는 무대의 최상석을 넙죽 받아버렸고, 결국 가장 기초적인 정치 계산조차 이해하지 못 한 채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자폭으로 정치의 무대에서 스스로 퇴장하고야 말았다.


추가로 상콤한 반전(?)은, 그를 꼭두각시로 세워두려 했던 장막뒤 대감 놈 최순실들조차 그의 본질(?)을 착각했다는 점이다. 장막뒤 대감 놈들에게 필요했던 건 단순히 ‘뒤에서 조종하기 쉬운 멍청한 허수아비’였을 뿐인데, 윤석열은 멍청함에 고집불통이란 저주까지 겸비한 완전체라 결국 진영 전체가 폭망 하는 상콤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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