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한 마동석'과 1700명의 남자들

인간은 ‘그런’ 존재다.

by 박세환

얼마 전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 트젠형냐가 있었다. 트젠형냐 하나가 남자들을 꼬셔가 잠자리를 가지고, 이를 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에서 돈 받고 팔다가 법에 걸려 문제가 된 것인데 세상이 놀란 건


1. '그녀'가 아직 수술을 안 한, 조금 과장 섞어서 여장한 마동석급의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2. 그 '여장 마동석'과 '침구를 함께 쓴' 남자가 무려 1700명에 달한다는 것(단골고객(?) 포함..)

3. 마지막으로 1700명 대부분이 LGBT나 특이취향 이런 게 아닌 평범하고 지극히 일반적인 이성애자 남자들이었다는 것


중국 네티즌들은 이 사건의 중심지였던 남경(난징)의 발음을 비틀고 역사적 사건에 빗대어 '남근대학살'이라 부르며 인터넷 밈으로 신나게 소비 중이라고 한다.




많은 경우 '남성의 성욕'은 지극히 물리물질이과적인 본능 요소로 여겨진다. ‘남성의 성욕’은 철저히 물리적 자극, 즉 시각적, 신체적 요인에 기반하여 발동한다는 것이다. 갸름한 얼굴, 뽀얀 피부, 풍만한 젖가슴, 탱탱한 둔부등. 만약 여성의 외모가 일정 기준에 못 미치면 남성은 성적으로 흥분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통념에 균열을 냈다.

그럼 '여장한 마동석'은 대체 무슨 묘수를 부려 무려 1700명의 '보통' 남성들을 자신의 침대까지 끌어드릴 수 있었던 것일까? 많은 이들이 이 비결을 파 들어갔는데, 그 비결이랄 건 정말 별개 없었다.


그녀는 상냥했다.
과일을 깎아주며, 부드러운 말투로, 친절하게 남성들을 위로해 주고, 다정하게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그게 전부였다.




중국 역시 날이 갈수록 젠더 갈등이 격화되고 있었다.
"조선인이 뿌린 우물의 독"은 어느덧 대륙에까지 번져 대륙의 여성들도 날이 갈수록 얼음겅듀 깐깐 도도해져 갔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남성들은 정서적 황무지 속에서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통 여성성’의 태도로 위로와 배려를 건네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정서적으로 따스하게 감싸주는 그 손길을 도무지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상대가 설령 ‘여장한 마동석’일지라도.

그녀가 보여준 정통 여성성의 태도는 그녀를 접한 남자들에게 ‘마지막 정서적 피난처’로 자리 잡았고, 그렇게 주고받은 정서적 교감들이 남성들에게 '물리적 기준을 아득히 초월하는' 끌림을 이끌어낸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이 아주 인상 깊은 방식으로 진리를 증명했다고 본다.


[인간은 물리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정서 : 정신문화관념'적인 존재다.]


결국 사람은 물리물질적인 요인이 아니라 “나를 얼마나 진심으로 대해주는가”에 끌린다. 비이성적이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인간이란 자기 존재가 받아들여진다는 감각, 즉 “나는 사랑과 존중을 받고 있다.”라는 감각 하나에 재물도, 명예도, 때로는 목숨까지도 내려놓는 존재이다.


왜 가난하고 굶주린 동네일수록 사이비가 판을 치는가? 왜 가난한 사람들이 그 얼마 되지도 않는 재산을 더 절실하게 가져다 바치지 못해 안달들일까?

애초에 가난해서 불행한 게 아니었으니까. 가난해서 불행한 게 아니라 가난해서 함께할 친우가 없고, 가난해서 정서적으로 의존할 기둥이 없다는 게 더 괴로웠던 거니까. 그런 와중에 따뜻한 위로와 공감, 배려와 인정의 손길을 내려주는 다른 누군가를 접하게 되면, '사람'은 기꺼이 지옥의 불길까지 뛰어들게 된다.


얼핏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행태들 -

여장한 마동석과 성관계

사이비 교주에게 전 재산을 바치는 일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의 연설에 열광하며 전장으로 뛰어든 수많은 목숨들

모두가 정서적 결핍에서 우러나온 절박한 응답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런' 존재로 만들어졌다. '대륙의 여장한 마동석'이, 각종 사이비 교주들이, 그리고 히틀러가 이미 넘치도록 입증해 보인 너 나 우리의 내재된 본성이다.




사람은 논리적으로 설득되지 않는다. 그저 정서적으로 어루만져질 뿐이다. 우리가 ‘정상’이라 부르는 거의 모든 판단은, 실은 논리가 아니라 정서적 위안을 따른다. ‘여장한 마동석’도, 수많은 사이비 교주들도, 그리고 히틀러조차도 바로 이 “정서의 결핍”을 공략했다.


그래서 나는 죽는 날까지 이 명제를 밀어붙이려 한다.


“인간은 물리물질적 존재가 아니라, 철저히 정신문화관념적 존재다.”


언젠가 이 명제를 80억 인류 모두가 납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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