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 : 정신문화관념]론과 마이클 샌델

샌델이 '미덕'이라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

by 박세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만큼 민감한 논란거리이기도 했는데 바로 책의 결론 때문이었다. 무려 25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에 기반해서, 어떤 물리적 손익 여부보다 올바른 미덕이란 무엇인지 여부를 중점으로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이 대목은 근대 합리주의에 대한 부정, 전근대식 종교 신정주의를 추구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국가가 올바른 미덕을 정의하고 그 기준에 따라 인간을 수단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말이다. 때문에 샌델은 베스트셀러였던 책의 인기만큼이나 많은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나 역시 샌델의 결론이 ‘병맛’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그 병맛을 지적하는 건 전 세계가 이미 다 해준 일이니, 나는 거꾸로 샌델이 그런 병맛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 그 사유의 흐름을 한 번 되짚어보고 싶다.




샌델은 다소 황당해 보이는 '그 결론'을 놓기 전, 근대이성의 끝판왕으로 지금까지도 국가통치에 이용되고 있는 여러 사상들을 대차게 깐다. 공리주의, 자유주의(리버럴), 자유지상주의(리버테리어니즘) 등등. 여기에만 책의 지분 70~80%가 할당된다.(그래서 그 이념 신봉자들의 신경을 대대적으로 긁은 것이다.)


샌델의 입장은 이거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옳은 국가통치’가 무엇인지, 이성으로 완벽히 결론 내릴 수 없다."


재난지역에서 상인들이 폭리를 취하는 행태는 옳은가 그른가? 군인의 PTSD를 국가유공자로 포상(?)할 수 있는가? 소수자 우대정책은 옳은가 그른가? 징병제가 옳은가 모병제가 옳은가? 불평등은 얼마나,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나? 근대이성의 끝판왕이라는 공리주의나 자유주의 같은 이념들도 저러한 문제들에 있어 '140% 완벽한 미분적분 이과적 절대정답'을 제시해 주지 못한다.


심지어 각 이념들은 해결되지 않는 심각한 내적 결함들을 가지고 있다. 공리주의는 인간의 모든 가치(사랑, 평화, 심지어 인간의 생명 그 자체 등등)를 하나의 단일척도로 환산해 수치화하려는 우를 범하며, 자유지상주의는 불평등 문제에 대해 "그냥 감내하라."식의 답 밖에 주지 못한다. 그리고 자유주의는 많은 경우 자유지상주의와 공리주의의 짬뽕일 뿐이다.


샌델은 이성만으로는 답을 정할 수 없는 세계를 정직하게 인정한다. 이성의 무능을 고백한 것이다. 이것이 샌델의 핵심 통찰이며, 나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자주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우리는 결코 정치사회적 현안들에 대한 '140% 완벽한 이성주의 미분적분 절대정답'을 찾아낼 수 없다. 공부가 충분치 못한 너 나 우리 일반 대중은 물론이려니와, 그 잘난 서카포 하바드 박사학위들조차 '그 절대정답'을 내리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의 국가통치는 불가피하게 '무의식적이고 비이성적인 감정, 정서'의 영향과 조율을 끝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의식적이고 비이성적인 감정, 정서'를 샌델은 '미덕'이라고 표현했다.


샌델이 미덕이라는 정서적 개념을 국가통치의 중점으로 놓고 강조했던 건, 우리가 끝끝내 이성의 끝자락에서도 ‘답 없음’만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성으로 결론지을 수 없는 정치적 현안들에 대해, 우리는 결국 공동체 내 정서, 감정, 전통적 이상과 조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나는 이것이 샌델식 공동체주의에 대한 간단한 축약이라고 본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부분인데, 샌델이 마지막에 '미덕'을 결론으로 내어놓을 때 그 어조는 '신념'이라기보단 '체념'에 가까웠다.)


물론 "여전히 우리는 절대정답을 알 수 없다."라는 현실에서 "그러니 이성적 답 찾기는 이제 포기하고 비이성을 수용하자"라는 결론을 유추한다면 이는 자연주의적 오류이며, 전술했듯 이러한 비판이 전 세계적으로 대차게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그 병맛스러운 결론에 이르기까지 샌델의 여정과 고백, 그리고 "이성만으론 정의할 수 없다"는 그의 인식론적 솔직함은 정치사회를 논하고자 하는 우리 모두에게 꽤 괜찮은 사유의 거리를 던져주었다고 나는 본다. 아마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 이유일 것이다.


+혹자는 ai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국가이성의 궁극 리바이어던으로써 스카이넷을 만들어 모든 통치권을 이임하면 미분적분 절대이성에 의한 완벽한 유토피아가 도래하지 않을까 상상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과연 유토피아일지 또 다른 디스토피아일지는 겪어봐야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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