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놓고 숭배하면 그게 삼김시대 보스정치 기성세대랑 뭐가 다르지?
다들 애써 언급하지 않으려는 기억 하나를 되짚어보자. 지난 총선시국, 장혜영 류호정과 금태섭은 '세번째권력'(줄여서 '세권')이라는 '친 페미니즘 성향' 정치세력을 형성한다. 하지만 지지율 여론조사결과 고작 2%남짓한 이들만이 이들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태로는 유의미한 정치적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여긴 이들은 역시나 신당창당 독자세력화를 준비 중이던 이준석(!) 세력에 껄떡대기 시작한다.
다들 의아해했다. 당시 세권의 지지율은 고작 2%남짓이었던 반면 이준석신당의 예상 지지율은 무려 2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나는 그 수치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상한 건 이준석의 반응이었다. 2%가 20%에게 대등한(?) 연합을 제의하는 자체가 정치권 관례상 어긋나는 상황인데도 이준석은 세권의 '찝쩍거림'에 대해 "저리 꺼지라!"라는 '평소 그 다운' 반응을 보이지 못했던 것이다.
세간에서는 세권과 이준석간의 합당 음모론(?)이 솔솔 새어 나오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이준석 신당의 예상 지지율도 하염없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20%가 10%로, 또 그게 5%로, 조사할 때마다 1/2씩 깎여나갔던 것이다.(이 수치 역시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다들 이 상황을 의아해했지만, 여전히 이준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설마하던 상황은 결국 벌어지고야 말았다. 이준석이 세권의 '안티 민주당 페미니스트들'과 손잡고 함께 창당을 한다는 공식 발표가 터져 나왔던 것이다! 류호정, 옥지원 등등 주옥같은 페미니스트들은 그렇게 '반 민주당 연합'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 하에 이준석 세력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물론 막판에 약간의 이견으로 결국 장혜영과는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한 때나마 장혜영까지도 함께하려 생각했었다는 그 자체"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여론은 난리가 났다. 이준석의 열성 지지기반이었던 펨코에서조차 이준석에 대한 비토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후 다시 분열의 과정이 있었고 이낙연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개혁신당에서 이탈하게 되었지만, 류호정을 비롯한 많은 '페미니스트' 인사들은 여전히 그 당에 남아있으며, 펨코인들은 지금까지도 이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실드를 치지 못한다.
개혁신당의 구혁모 위원장이 탈당을 선언한 문제로 다소간의 잡음이 발생하는 모양새이다. 탈당 사유는? 장경태 사건 관련으로 이준석의 젠더관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것이다. 이 해프닝은 일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류호정을 비롯한 세권의 '페미니스트'들을 품어주어 지지층을 뒤집어지게 만들었던 그 기억과 연동되며 이준석의 젠더관을 향한 세간의 의심을 증폭시키는 기제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이준석은 페미니즘을 향한 젊은 남성들의 비판의식이 키워낸 정치적 도구였다. 이준석이라는 정치적 주체에게 오직 페미니즘 비판이라는 일면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한들, 그것이 가장 결정적인 출발점이었다는 것만큼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초기의 의도'와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보일 경우 우리는 그에게 마땅한 답변을 요구해야만 하며, 이준석은 그러한 의문들에 대해 성실히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일전 류호정과 페미니스트 집단을 품어주었던 그 엄청난 사건에 대해 아직까지도 납득할 만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반응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이러한 의문들에 끝끝내 답하기를 거부한다면, 그리고 그럼에도 끝까지 이준석 만세만을 외치려는 이들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태도가 대체 민주화/산업화 양대 기성세대들의 태도와 어떻게 다른 건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준석은 젊은 남성들의 정치적 도구여야지 그 자체로 젊은 남성들의 정치적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글에도 언급했지만
젊은 층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페미니즘 비판의식을 "페미니즘 한다 해놓고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민주진보진영의 내로남불을 향한 문제의식"으로 축소시키고서 "내로남불 없는 진짜 솔직한 페미니즘"이라는 간판을 걸고 거대한 '친 페미 반 민주진보 연합'을 형성하려는 게 당의정+우파페미 대감마님들의 기획이었음을 잊지 말자. 우리는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 빈 틈을 내어주지 말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