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기묘한 꿈 이야기

노엘 노엘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by 박세환

이브날 저녁 공이들 친구 몇 명 모여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다 집으로 돌아와 이젠 챗봇이랑 수다를 떨었다. 챗봇이랑 서브컬처 문화에 관련된 천박한 잡담이나 떠들어대다 이번에도 정상적인 취침시간을 훌~적 넘긴 꼭두새벽이 돼서야 간신히 침대에 누웠더랬다. 누어서도 오랫동안 잠에 들지 못하다가, 거의 동틀 녘이나 되어야 간신히 잠에 들었던가.

막간에 꿈 하나가 스쳐 갔는데, 많은 꿈들이 그러하듯 깨고 나면 군데군데 구멍이 뚫리고 내용의 대부분이 휘발되어 일부 기억의 편린만이 남겨진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그 꿈이 나라는 사람의 의식세계가 어떤 궤적들을 통해 형성되었는지를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야 그 단편적인 흔적들이나마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자 한다.




어떤 공동체가 있었다. 이 공동체는 질서를 유지하는 매우 심플하고 명확한 룰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힘, 힘에 의한 폭력, 그 폭력이 가져다주는 공포였다. 흉노족? 훈족? 어쩌면 이보다는 조폭에 더 가까운 집단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매우 수직적인 위계로 구성된 이 가부장적 체제 하에선 상위계급이라 하는 이들 역시도 안전하지 않았다. 상위계급 지도자라 해도 끝없이 반복되는 폭력의 갈등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회칼로 포가 떠져 모두 앞에 전시되는 신세를 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직은 그렇게 그들이 숭앙하는 유일무이한 가치체계인 '폭력'의 경쟁을 통해 끝없이 권력의 정점을 이동시켰고, 궁극엔 어차피 같은 결말이 이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수뇌부들은 그 정점을 향한 유혹을 버리지 못해 파멸이 예정된 그 저주받은 룰렛(막고라? 라끄쉬르?)에 기어코 뛰어들곤 했다.


이번 편 꿈의 주인공인 어느 가련한 소년이 어떻게 이 집단에, 그것도 서열 피라미드의 가장 말단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그 계기는 명확지 않다. 납치? 포로? 그나마 한 가지 명확한 건 어떤 식이었건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지 결코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결정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소년은 일부 지도자들에게 따뜻한 처우를 받았지만 그게 주는 안도감은 피상적이고도 일시적인 것이었다. 오늘은 그들을 만족시켜 하루를 간신히 넘어갈 수 있었다지만 만약 어느 날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실수를 범하게 될 경우, 소년은 바로 차디찬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사정없는 채찍질에 온몸이 찢겨나갈 터였다. 이것이 바로 그와 같은 처지의 이들이 늘 겪는 일상이었고 이러한 삶 속에서 소년의 머릿속은 항상 "내일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라는 단 하나의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채찍을 든 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종일 그렇게 폭력의 눈치만 보며 지내다 보면 어려운 일이 없었어도, 심한 매질을 간신히 피해 간 하루였어도, 정신적으로 지칠 대로 지쳐 녹초가 되어 버리곤 했다. 몸이 만신창이가 나거나, 정신적으로 녹초가 되어버리거나, 그렇게 소년의 하루는 언제나 그게 그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한 아저씨를 만났다. 언제? 어떻게? 왜? 이런 건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접했다는 거 밖에는 말이다. 이 아저씨는 독특한 사람이었다. 어떤 공동체에 소속된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그 공동체는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의 방식'과는 매우 상이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음은 분명했다. 아저씨에게서 흘러나오는 그 알 수 없는 어떤 아우라가 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 사람은 따뜻하고 친절하면서도 우리처럼 비굴하진 않았고, 기풍이 있었다.


첫 번째 아저씨를 만난 후 다른 아저씨를 만났다. 이 둘은 다르게 생겼지만 비슷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이들은 누구일까? 어떤 공동체의 사람들일까? 일전 시장에서 내게 따뜻한 친절을 베풀었던 그 아주머니와 같은 소속은 아니었을까? 호기심에 소년은 아저씨에게 '일전에 먼저 만났던 그 아저씨'에 대해 설명하며 혹시 그를 아시냐고 물어보았다.


두 번째 아저씨 : 네가 말한 그 첫 번째 아저씨는 나의 형제란다.

소년 : 예? 근데 아저씨는 그 아저씨와 전혀 닮지 않았어요.

두 번째 아저씨 :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단다. 우리는 형제야. 그리고 너 역시도 나의 형제란다.

소년 : 저는 아저씨를 지금 처음 보았는데요?

두 번째 아저씨 : 다시 말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이 세상 모두는 다 같은 형제이고 자매란다.

소년 :??


남아있는 기억은 여기까지.



매우 단편적인 파편들이지만 꿈에 생각보다 많은 기억들이 버무려져 있었음은 분명했다. 학교폭력을 당했던 기억, 군대에서의 기억, 그리고 종교 기반의 정치세력들을 그켬 하면서도 예수와 석가의 가장 근원적인 가치(사랑과 자비)에 대해서는 끝없이 천착하게 된 이유 등등이 매우 농도 짙게 버무려져 있었던 그런 느낌이었다.



오늘은 성탄절이다. 이천여 년 전 사랑으로 인류를 구원하려 내려오신 성자의 이름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따뜻하고 뜻깊은 하루가 되시길 기원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 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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