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여러분들이 말 안 해도 알고 있다

러시아는 정당하다면서 미쿸은 나쁘다 말하는 이들도 말이지

by 박세환

지난 21년, 러시아의 땅끄들이 우크라 국경을 넘어 돈바스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을 때, 많은 진보좌파 인간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국제관계는 원래 약육강식이며, 이러한 현실주의적 입장을 납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권국가를 향한 침공은 안된다는 이야기는 허망한 도덕론일 뿐이고, 강대제국의 지정학적 영향권을 '현실주의적으로' 인정해 주자 어쩌고 말이다. 분명 한 둘이 아니었지. 소위 '진보'라 참칭 하는 매체들에, 유튜브 방송에서, 관련 사설 논평들이 올라간 것만 한 두 건이 아니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 사고방식의 가장 정교한 발현'을 남미대륙에서 보고 있는데

... 어째서 그대들은, 이번에는 환호하지 못하는가.

다들 입 다물고 소리소문 없이 어느 쥐구멍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는가.




여러분들의 '일관된' 입장에 의하면 이번 사태는

1. 약소국 주제에 주제파악도 못하는

2. 일개 버스기사 출신 따위의 대통령이

3. 강대국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고 눈치 없이 그들을 자극했기 때문에 스스로 자초한 참사라 할 수 있으며

4.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는 이 참극을 수습하고 국제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영토의 절반을 미쿸에 할양하고 고개를 숙여야 할 것이다.

자, 이제 와서 4년 전 당신네들의 입장을 리버스 버전으로 돌려보는 기분들이 어떠신가?





여러분들이 앞으로도 정치세력으로써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려면, 여러분들은 자신들이 내세웠던 정치적 논리들에 대해 조금은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여러분들은 '그런 주장'을 했던 스스로를 징벌할 용기가 있는가? 그런 주장을 했던 정치적 동지들을 질책할 용기가 있는가? 이번 계기를 통해 진보좌파 진영 차원에서 거대한 자아비판을 실시할 용기가 있는가?


지금 열심히 미쿸을 성토하고 있는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민중들에게 1도 와닫지 않는 건, 바로 이런 "어제의 논조를 오늘 책임지지 않으려는" 비겁하고 뻔뻔한 태도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간 소위 진보좌파라 하는 이들의 이런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모습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고, 그래서 더 이상 여러분들에 대한 신뢰가 없다.


+미쿸 베네수엘라 침공의 국제법적 적법성 여부와 별개로, 나는 푸틴의 침공과 유라시아주의에 목청 높여 환호했던 '진보좌파' 여러분들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날의 여러분을 결코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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