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앞마당은 공유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를 처단하고 세상을 전체주의 국가들끼리 나누어 갖자는 알렉산드르 두긴식 지정학 구상. 트럼프와 마가 세력은 과연 새 친구 중국 러시아와 함께 이러한 두긴식 질서가 작동하는 세계평화를 이룩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평화는 가능하지 않고, 설령 일시적으로나마 가능했다 해도 그 유통기한은 생각보다 훨씬 짧을 것이다. 현실에는 그런 역겨운 평화조차 가능하지 않을 균열요소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 요인중 하나가..
러시아에 있어 중동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제국의 앞마당이다. 냉전 시절부터 이들은 이스라엘에 맞서는 아랍 진영의 든든한 뒷배였고, 최근까지도 시리아의 아사드 독재 정권을 수호하며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라는 수렁에 모든 전력을 쏟아붑다 발생한 전력의 공백은 치명적이었다. 결국 '그 공백'을 놓치지 않았던 시리아 반군의 반격으로 아사드 정권이 몰락했고, 러시아는 중동의 핵심 교두보를 상실했다. 하지만 이것이 러시아의 항구적인 퇴장을 의미하진 않는다. 러시아는 여유가 생기는 즉시 중동에 다시 마수를 뻗치려 할 것이다.
두긴 스타일의 ‘신제국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면 중동은 러시아의 몫으로 넘겨주는 편이 더 자연스럽겠지만, 트럼프가 그렇게까지 '두긴식 지정학 모범생'이 돼줄지는 의문이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자유민주주의 동맹 질서를 경멸하면서도 유독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앞에서 만큼은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진정한 친러 두긴주의자(??)가 아니라며 실망하고 돌아서는 마가충들도 꽤 있었다."우리 미쿸이 왜, 그리고 언제까지 이스라엘에게 끌려다녀야 하죠??") 쨋든 트럼프가 꼼짝을 못 한다는 그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뒷배인 미국의 중동 철수를 원치 않는다. 아마도 트럼프가 중동 쪽에 대해선 완전히 손을 떼는 것도, 안 때는 것도 아닌 뭔가 매우 어중간한 포지션을 유지하는 이유일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의 존재는 미국의 완벽한 중동 이탈을 가로막는 브레이크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러시아의 입장과 상충된다.
(중국은 당분간 동남쪽 바다에 집중하겠지만, 이들 역시 서쪽 사막의 이권을 영원히 외면하진 않을 것이다.)
이란 시위가 가면 갈수록 과열되는 중이다. 지금 페르시아 고원에서 타오르는 저항의 불꽃은 중동의 관습적인 진압 방식(정부군이 인터넷 셔터 내리고 기관총 두두두두)만으론 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신정주의 정권은 트럼프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강경진압을 멈추지 않는다. 만약 이란이 이대로 ‘시리아 내전 2.0’까지 진입하게 된다면 외세의 개입은 필연적일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군사 개입을 공언했다. 과연 이때도 러시아와 중국은 장막 뒤에서 헛웃음을 지으며 ‘약속대련’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시리아에서 이미 쓴맛을 본 러시아가 이란에서도 제국의 자존심을 손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지금은 힘 빠져서 별 수 없다 해도, 언제까지?
제국들이 나누어 먹으려 했던 이 세계의 파이는 너무나 뜨겁고 날카롭다. 모든 상황이 평화롭게 수습되기를 기원하지만, 현실은 이미 난장을 향한 폭주로 나아가는 듯하다.
세상은 이렇게 또 한 번 불타오를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