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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n 11. 2023

포섭된 목소리들 - 사람에서 앵무새로

먹고사니즘에 의한 진정성 상실

열 명의 사람이 있으면 열 가지의 관점이, 백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가지의 관점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실제 사회에선 그중 몇몇, 스피커를 장악하고 있는 힘센 몇 사람의 관점만이 과다하게 울려 퍼진다는 것이다.


'힘센 몇 사람'의 관점만 과다하게,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기 때문에, 이들의 관점, 그러니까 레퍼토리는 좀 뻔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익숙한 거지. 정치 사회 좀 덕질한다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논리 전개 패턴을 시작부터 끝까지 읊을 수 있게 된다. 좌, 우의 매뉴얼화된 1,2,3,4...


이를테면 페미니즘 여성 피해 서사 같은 것들. 기울어진 운동장, 남성 혐오는 없다, 여성의 비주체화 어쩌고 하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이제 외울 때 됐잖아? 최소 50년간 나왔던 이야기인데.

(50년 동안 나온 이야기인데도 항상 다시 언급될 땐 최신 상품(?) 인양 포장되어 나온다. 위선자들. 엊그제 나온 최신 상품(?)인데도 내가 그 내용을 줄줄 외냐?)

 



좌, 우를 떠나서 그래도 진정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스스로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한다. 기존의 이론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나는 그 "겹치지 않음"의 정도로부터 그 사람의 진정성을 본다.


그런데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 정도 뜨게 되면,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어떤 식으로 건 힘센 대감님들과 엮이고 썸을 타게 되는 것 같다. 그다음부터 나오게 되는 이야기들은 매뉴얼화된, 그 수십 년 된 구닥다리들 뿐이다.



정치 사회 논의의 장에서 내가 상대를 경멸하게 되는 시점이 거기부터이다. 안 그랬던 사람이 언제부턴가 매뉴얼화된 이야기를 하게 되면, 기성 스피커들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논리 전개 1,2,3,4를 내놓게 되면, 마음 한구석에서부터 그 상대방에 대한 경멸감이 뭉클뭉클 올라오게 된다.


"결국 이 새X도 도장 찍었네 ㅉㅉ"

"응 이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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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A : 민주진보진영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ㅇㅇ당 : 반가운 이야기군요^^ 자, 그 이유가...

청년 A : 일단 페미니즘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읍읍(갑작스러운 입막음)

ㅇㅇ당 : 아^^;; 이 청년은 드디어 동성애가 나쁘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그리고 '페미니즘을 올바르게 실천하지 못하는' 위선적이고 낡은 민주화세대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답니다.;;;

청년 A : 읍... 읍읍... 웁

ㅇㅇ당 : 그리고 반공 애국정신이 사그라들어감 역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군요^^

청년 A : 읍읍

ㅇㅇ당 : 누가 모라 해도 이래나 저래나 여긴 '자유민주주의'국가 아니겠습니까 허허^^ 추가로 전라도 놈들이 날뛰는 게 참 꼴불견이라는 점에도 역시 동의하시리라..

청년 : 웁웁웁

ㅇㅇ당 :... 믿겠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민주진보를 향한 문제의식으로 충만하군요. 그런 여러분들의 불만, ㅇㅇ당이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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