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환 Jun 03. 2023

박지현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 권윤지 작가

민주당과 페미니즘

1.

일전에도 말했지만 박지현은 저서 '이상한 나라의 박지현'을 통해


'민주진보 이면서도' 자신의 행보(ex : 페미니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사건건 태클과 방해를 늘어놓았던 이들을 (민주진보) 개혁의 걸림돌로 치부하는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던 바 있다. 


다시 말하지만, '민주진보이면서' '민주진보 진영 내에서' 자신의 길에 방해를 늘어놓았던 이들이 가장 주된 표적이었다. 반면 아예 입장이 다른 이들, 이를테면 '이준석'과 같은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으로 언급된다. 


어쨌든 둥 박지현이 가장 많이 언급하고 비판했던 대상은, 가장 '때리고 싶었던' 대상은 바로 '민주진보 반페미들'이 아니었을까 한다.




2.

N개의 페미니즘이라 했던가? 페미니즘이 N개다 보니 이를 비판하는 안티페미 역시 N개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페미니즘을 비판하긴 하는데, 각자가 겨누고 있는 '페미니즘'이란 표적이, 그 위치가 조금씩 달랐던 거지. 


큰 틀에서 보자면 민주진보 반페미와 우파 반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준석현상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반페미진영 전체가 우익우파 쪽으로 급격히 기울게 되었고, '민주진보 반페미'는 서서히 사장되어 갔다. 


필자의 패거리들(?)을 '그나마' 민주진보 반페미라 볼 수 있지 않느냐 하는 말들도 있지만, 우리 역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제도권 민주진보인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생기고야 말았다. 더 이상 제도권 민주진보와 동류라고 말하기는 힘들어진 것이다.(뭐 사실상 "추방 됐다."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3.

필자가 박지현의 책을 (간신히) 다 읽어냈을 즈음.(힘들었다ㅠㅠ) 바로 이어서 읽어야 할 책이 또 생겨났다. 원래 독서와 별로 친하지 않은 미천하고 무지한 인간인지라 한꺼번에 두 개의 책을 연달아 읽는 경험은 많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권윤지 작가가 민주진보진영과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진보너머에서 총회와 함께 북콘서트를 진행하기로 했고, 필자는 그 행사 때 연단에 설 사람으로서 권 작가의 새로운 책을 연속해서 읽게 된 것이다. 




4.

권윤지 작가는 특이한 사람이다. 현 페미니즘 기류에 상당히 부정적이지만 민주진보이다. 이제 와서 더 이상 '민주진보인'이라고 말하기 힘든 '박세환의 무리들' 보다 훨씬 강력한 민주진보 의식을 가지고 있다. 포스트민주화세대 여성, 강한 민주진보 의식. 반 페미 정서를 논하는 일반적인 루트(MZ 남성, 친 우익우파)와는 전혀 다른 궤적의 서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희귀하고, 그렇기에 굉장히 흥미로운 측면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권윤지 작가야말로 박지현 부류의 이들이 그토록 미워하던 대상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 아닐까 한다. 민주진보인이며 MZ여성인데 당신들 페미니즘에 할 말 좀 많아요.


그렇기에, 권 작가의 글은 박지현이 그토록 비판했던 바로 그 지점에서 마치 항변하듯이, 더 나아가 역공을 가하듯이 읽히는 부분들이 있었고 그래서 더더욱 흥미로울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감동(?)은 박지현의 저서를 읽고 바로 이어서 권작가의 저서를 읽어나갔던 필자에게로 국한될 수 있다. 바로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박지현의 글을 읽고서 권윤지 작가의 글을 이어서 읽어보는 걸 추천하고 싶긴 하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상당히 고된 작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5.

상당히 우익우파화 된 오늘날의 반페미 진영 정서를 고려해 보았을 때, 권작가의 글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반페미들도 있을 것이다. 위에 언급했듯 권 작가는 민주진보인이며, 그렇기에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정치적 사안들에 대해 가지는 입장은 다른 포스트민주화세대 반페미 남성들의 일반적인 정서와 상충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이라 본다. 사람이 페미니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는 경로는 생각보다 다양하니까. 한 사람이 그 다양한 입장 전부를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그 다양한 패턴들을 이해할 필요는 있다. 당신이 이 얽히고설킨 젠더갈등의 세계를 향해, 좀 더 진지하게 인식의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있다면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박지현 책에서 나름 인상 깊었던 부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