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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l 11. 2020

고유명사를 언급하지 않은 글

혼네&다테마에

철학과 이념, 통치질서의 고매한 세계는 결코 먹고 싸는 원초적인 삶과 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며, 별개의 것이어서도 안된다. 그러나 많은 통치자들은 백성 놈들이 이 두 가지를 '별개'로 여기기를 원하는데, 간단하게 그렇게 만들어야 통치하기가 편해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통치자들, 귀족들이 원초적이고 직관적으로 봐선 무척 모순되고 쓰레기 같은 모습을 보여도 '아랫것들'은 


"먹고 싸는 밑바닥 천 것인 우리들 기준으론 뭔가 한심하고 더러워 보이지만 철학하고 이념하고 통치하시는 저 고아한 분들의 세계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으니까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 우리 같은 천 것들이 야 뭐 그냥 1+1=3이다 허믄 그른갑다~하고 열심히 먹고살면 그만이겠지."


하고 그냥 넘어가게 된다.


애초에 교육이란 게, 사회화라는 게 무엇이던가?


고매하신 분 : (빨강을 앞에 두고) 저건 파랑이다!  

천 것 : 아니 내 눈엔 뻘건데 왜 저게 파랭이여?

-퍽! 퍽퍽! 퍽-

천 것 : 아우 씨, 뻘개서 뻘것타 말 혔는디 왜 때려!ㅠㅠ

-퍽 퍽퍽퍽 우당탕 쾅쾅! 펑펑-

천 것 : 예 예 알겄습니다 나으리! 나으리께서 흰걸 검다 허시고 검은걸 희다 허시믄 우리 같은 천 것들은 그냥 그게 그런 줄 알고 그냥 살겄습니다ㅠㅠ 더 이상 우리 천 것의 기준으로 가타부타 안 하겠습니다ㅠㅠ


뉴스 인터뷰를 하는 초등학생이 말한다.

"우리 학교는 학교폭력도 없고 일진도 없고 선생님들도 다 좋고 친구들도 착한 너무나 좋은 곳입니다!"


뉴스 인터뷰를 하는 군인이 말한다.

"우리! 부대는! 내무! 부조리가! 절대! 존재하지 않으며! 간부들도! 너무나! 좋으신 분들! 뿐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이 나라는! 우리가! 지킬 테니! 안심하고! 푹! 주무십시오!"



.... 결과적으로 우리들은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두 가지의 자아를 별도로 키우게 된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일전에는 보수우파 정권에서 이것을 극으로 이용해먹었다. 

그냥 미국은 무조건 착한 넘들이 고 공산당은 나쁜 넘들이고 군부 지도자는 우리를 지켜주는 훌륭하신 분이시고 그렇게 안 보이는 건 네가 천 것이라 그런 거니까 '고매하신 영역'에서 그렇다면 그냥 그런 줄 알아야만 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진보좌파들이 이것을 극으로 이용해 먹는다.(그리고 그 탈이 슬슬 나는 중이다..)

그냥 여성은, 이슬람은 X라 불쌍한 사람들인 거고 서방세계는 제3세계에게 항상 미안해야만 하고 정치적 올바름은 힙하고 멋진 행위인 거고 그렇게 안 보이는 건 네가 천 것이라 그런 거니까 '고매하신 영역'에서 그렇다면 그냥 그런 줄 알아라!


...


사실 엘리트라고 하는 자들도 다 '저 교육'을 받고 올라간 자들 아니던가!


그러니까 장막 뒤의 '실제의 삶' 층위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여직원 스타킹이나 주무르고 야한 사진이나 찍어대면서도 장막 앞에선 페미니즘이니 여성에 대한 보호니 뭐니 떠들어 대는 거지. 

'그 두 세계'는 전혀 별개의 세계인 것이고 그 두 세계를 살아가는 나의 자아도 둘로 나뉘어 있으니 그렇게 장막의 안과 밖이 분리된 삶을 살면서도 그게 뭐가 문제인지 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처럼 보였던 장막이 해체되고 영원히 조우할 수 없으리라 믿었던 다른 차원의 내가 나와 접하게 되는 순간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차원 여행의 법칙 :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


그래서 나는 '두 세계'의 분리를 주장하는 이들을 위선자라고 경멸하고 증오해왔던 것이다!

나는 "먹고 싸는 삶으로부터 완전히 이격 된, 고매하고 고아하기만 한 어떤 세계"라는 걸 철저히 경멸하고 혐오한다. 

그런 걸 주장하고 추구하는 이들도 다 위선자 BㅓRㅓG라고 생각한다. 


고매함과 우아함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고매함과 우아함이란 철저하게 "밑바닥 화장실의 먹고 쌈"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며, 절대 별개로 존재할 수 없다. (별개로 존재하려는 순간 그것은 위선이고 거짓이 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글의 이해를 돕기위한 한마디 추가 : 


실제의 삶을 기반하지 않은 고매한 철학, 사상은 그냥 일개 '구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 (ex : X86세대의 페미니즘, 민주주의)

일개 현수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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