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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l 14. 2020

진보 앨리트의 내로남불만 비판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그건 이미 충분하다.

박 시장의 불행한 사건 이후로 진보 엘리트들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시금 온오프라인 대화 공간들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나 역시 그들에 대한 비판을 즐기기는 한다. 그러나 오늘은 여기에 몇 마디를 더 추가해 보고자 한다.


트럼프의 시대. 이젠 힐러리 클린턴 내지 X86 즈음으로 표현되는 진보 엘리트들의 위선에 대해서 삼척동자들도 다 알고 있다. 이 진보 위선자들이 각자의 나라에서 여전히 상당량의 표를 받아먹고 있다 한들, 그것은 적절한 대안의 부재 때문이지 사람들이 그들의 신념과 순결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마냥 진보 엘리트들의 위선과 기만을 노래하는 것 만으론 이젠 부족하다. 우리는 '그 다음'을 말해야만 한다.


...


이상은 현실에 의해 심판된다. 현실은 이상을 통해 심판받는다. 

하지만 (전 글 https://brunch.co.kr/@pmsehwan/203 에도 언급했던) 이상과 현실이 괴리된 세상에선, 혼네와 다테마에(본심과 가면)가 따로 노는 세상에선 이상과 현실이 괴리되어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상도 현실도 각자에 의해 심판받을 수 없다. 이상과 현실이 따로 놀고 혼네와 다테마에가 따로 춤추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깊게 성찰해 볼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힐러리 클린턴, 그리고 X86식 진보 위선자들은 입으로만 페미니즘을 말하고 진보를 말하며 민주주의를 말했다. 페미를 말하고 진보를 말하면서도 정작 아무도 그것을 실제 하는 삶 속에 접목시키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페미니즘이나 진보주의,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이상'들 역시 현실의 삶에 의해 심판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건 그냥 구호일 뿐이니까. 일개 현수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그러나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현실과 이상의 일치를, 혼네와 다테마에의 결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위선은 이제 더 이상 '예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받지 못한다. 사람들은 말과 행위의, 말과 말의 불일치를 비난하고 일관성을 요구한다. 더 이상 기존 엘리트들의 구태연한 방식은 우효 하지 않다.


이제 더 이상 혼네와 다테마에가 따로 갈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이를테면 페미니즘을 그저 입으로만 밀어붙여왔던 진보적 통치자들은 더욱 강화된, 그리고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춘 페미니즘 법안들을 대중에게 강제함으로써 "위선을 집어치우라!"는 대중의 요구에 화답해야만 하는가? 



아니나 다를까 박 시장의 불우한 사건 이후로 "사회 속에서 페미니즘의 실천 강도를 더더욱 강화시켜야만 한다!"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도출되고 있다. 


소위 안티 페미들이 "자기 발등을 찍은 남페미 위선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연민하거나 동정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암묵적인 철칙에 따라 입을 다물고 있기에 더더욱이 그러한데(그들 중 일부는 아예 페미니즘의 문법에 적극 동조하며 작금의 상황을 한없이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티 페미 성향이 강했던 일부 남초 커뮤니티들에서조차 피해자 중심주의라던가 여자 중심의 법리 집행, 성범죄 유죄추정의 불가피성과 같은 이야기들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이것을 바람직한 사회변화라 말해야만 하는가?


...


어떤 식으로 건 세상은 변하게 될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돼 오던 현실과 이상 간의 휴전이 깨지고 서로 접목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시끄러움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피해왔던 이상과 현실이, 가면과 본심이, 입바른 소리들과 실제 하는 삶이 서로를 비판하고 평가해 가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기준이, 철학과 담론이 도출될 것이다. 


아마 우리들(포스트 민주화세대)의 역할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과

우리가 전해야 할 말들이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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