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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Nov 20. 2020

신념은 객관식 정답이 아니다

질문과 성찰

"항상 신념 신념 강조하는데 당신이 말하는 '신념 있음'이란 게 대체 무어냐?"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느껴지는 거라.. 마치 생물학자들이 "'살아있음'의 구체적인 정의가 무어냐?"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기 어려워하듯이.


다만 매번 비슷하게 섞여 나오는 유사(?) 개념 하나와는 분명히 구분지어야 할 필요성은 느끼는데 그 '유사 개념'이 바로 '광신도'이다.


뻑하면 빨갱이니 토착 왜구니 사탄 마귀니 여혐 종자니 떠들면서 열폭하는 그들은 당신이 말하는 그 '신념자'와 어떻게 다른가?


...


바람직한 신념자는 자신의 신념을 완성하고 퍼뜨리기 위해 '다른 관념 세계'와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관념적 충돌과 이로 인한 고통을 회피하려 하지 않는다.(유물론 관념론 하며 많이 떠들었던 부분인데, 물리적 충돌 못지않게 관념적 충돌 역시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


그러나 '광신도'는 정 반대이다. '광신도'는 관념적 충돌, 성찰의 과정을 괴로워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남이 만들어놓은 정답의 성벽 속으로 숨어 들어간다. 이들은 타인의 권위로 완성된 이 성벽(하나님, 유명한 학자, 영웅, etc..)을 피상적으로 암기하며 곧잘 주변을 향해 떠들어 대지만("엣쑤천국 불신지옥!") 그들의 말에는 알맹이가 없고 맥락이 없으며 공허하다. 

마치 "애국가 4절까지 완송 가능"으로 자신의 애국심을 과시하려는 하찮은 필부처럼 형식적이며 공허한 것이다.



'광신도'는 줄곳 자신의 신념(?)을 시끄럽고 피곤하게 과시하려 하는 듯 하지만 정작 쐬주 한잔 따라놓고 속 깊고 진지하게 그 사상에 대해 논해보자 그러면 회피한다. 애초에 그런 깊이가 없으며, 그런 깊이를 가지려 관념적 성찰을 시도한 적도 없기 때문에.

(반복되는 말이지만 이들이 말하는 '신념'이란 그러한 성찰 과정의 피로함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회피하기 위한 보조장치에 불구하기 때문에) 


"싫어! 싫어! 성찰하기 싫어! 그냥 아군이 정의고 적군이 악이라고 믿어버리고 그만 편해지고 싶어! 더 이상 정식적 혼란을 겪고 싶지 않아! 제발 나에게 정해진 정답을 줘! 제발 나에게 정해진 정답을 내려줘!"


당연한 이야기지만 관념적 충돌, 혼란, 성찰을 이렇게 두려워 함은 일개 하찮은 필부 겁쟁이의 모습일 뿐 신념자의 모습이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전부 남이 만들어준 것이고

어느 하나 그들 자신 스스로의 문제의식으로부터 나온 것이 없다. 


그들은 결코 '정답만 외우고 다니는 노량진 족집게 학원 우등생'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럼 이미 '만들어진 정답(유명 종교 or 유명 사상)'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 중엔 신념자가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냐?" 

물론 아니지. 그 진영 내에 있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 '자기만의 성찰 과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거 없이 그냥 '정해진 족집게 객관식 정답'밖에 없으면 하찮은 광신도인거고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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