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환 Nov 06. 2020

트럼프의 실책

자질 부족

아직 경합주에서 완전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딱히 이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바이든이 이기고 트럼프가 패배하겠지. 혹시나 그에게 기적이 있을까 했다.ㅉㅉ


아마 트럼프를 추종하는 대안 우파들은 신좌파 압제자들의 튼튼한 기득권을 결국 분쇄하지 못해 스러졌다고 한탄할 것이다. 일부는 공감한다. 그런데 전부는 아니다. 사실 트럼프라는 인물에겐 문제가 너무 많았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조를 추구하는 지도자는 기존 패러다임의 저항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기성 패러다임에 얹혀가려는 유형의 인물(ex : 힐러리를 비롯한 신좌파 인물들) 보다 훨씬 유능해야 하는데 트럼프는 훨씬 못했다. 


...


사실 트럼프라는 인물의 문제점을 지면 한 두 페이지로 다 논할 수는 없다. 그것은 책 한 권 분량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선 그냥 인상적이었던 부분만 집어보고자 한다. 

환경위기를 없다고 말하고 '자기식' 자유시장경제(사회주의는 나쁘다 말하면서 국제무역을 부정하는..)를 고집하며 세상을 착실히 말아먹은 건 자기 개인적 사상에 기반한 것이라 그러려니 하자. 그거 말고도 이 사람의 문제는 넘쳐나니까.


그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건, 지도자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한다면 전부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이들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 트럼프처럼 독특한 사상을 가진 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물론 적대적 의지를 가진 이들을 설득하고 포용한다는 건 원래 어려운 일이다. 이를테면 68 혁명 이래 서방세계의 문화 기득권을 꽉 잡고 있는 신좌파 진영은 처음부터 트럼프에 적대적이었고 이들을 설득하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에 가까웠을지 모르겠다.

문제는, 트럼프는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조차도 포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신좌파 기득권의 엄청난 탄압에 의해 무너진.."이라는 대안 우파들의 서사에 마냥 찬성할 수 없는 이유이다.


트럼프는 많은 이들을 자기 정부의 팀원(?)으로 뽑았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채 1년이 안 되어 명패를 집어던지고 백악관을 뛰쳐나갔다. 존 볼튼이 그러했고 매티스가 그러했다. 

아무리 같은 사상을 가진 이들이라 해도 세부적인 사안에서는 조금씩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정도 조율하고 타협하는 건 그냥 인간관계의 기본 능력이다. 그 정도 조율도 못하는 인간이 무슨 세계 최강대국을 다스리나? 


트럼프는 조그만 이견에도 언성이 높아지고 술잔을 집어던지다 욕설을 퍼붓고 나오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인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기가 뽑은, 자기와 같은 사상적 지향점을 가진 이들조차도 조그만 이견을 포용하지 못해 다 내쫓듯 내 보내는, 그런 저질적인 사회성을 가진 인간이 어떻게 완전히 상반된 가치관을 가진 이들(신좌파)을 상대해 나갈 수 있는가!? 



지난 4년간의 통치도 너무 막장이었다.

4년간 해 왔으면 무언가 잘한 것도 있어야 할 것이며, 지지자들은 그걸 바탕으로("지난 4년간 이렇게 저렇게 잘한 것들이 있지 않은가?") 타인을 설득해 나간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게 불가능했고 오직 "신좌파 득세 막아야 하니까."라는 궁색한 한 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통치가 너무 막장이라 현역 프리미엄이 전혀 없었던 거지. 트럼프 캠프 사람들은 초선보다도 못한 조건으로 사람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재선'에 임 하는 정치가가 지지를 설득할 명분이란 게 그저 "신좌파 득세 막아야 하니까." 이거 하나라는 게 얼마나 비참한 이야기인지. (지지를 설득할 명분이 "북괴 빨갱이 막아야 하니까."하나뿐이라면 이 얼마나 초라한 일인가!)


사상적 지향점 여부를 떠나 애초부터 자질이 없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안 우파들에겐 안타까운 일이었고(자신들을 대변하는 존재가 하필 트럼프였으니까) 미국의 알트들은 (하루가 다르게 대안 우파화 되어가는) 유럽과는 달리 세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조금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더라이긴 한데.. 트럼프가 마초적 이미지를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너무 강한 탓에 자신에게 호의적인 이들에게 조차 필요 이상으로 거칠고 오만한 태도로 접근해서 잘 될 수 있었던 관계, 거래를 파탄 내는 경향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냥 자질이 없는 사람인 거지ㅉㅉ    



작가의 이전글 바이든이 내키지 않았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