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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an 10. 2021

미군의 자만

종특?

2차 대전 당시 독일 맹수 시리즈(티거와 판터)의 권능(?)을 몰라 뵌 미군 수뇌부의 실책은 제법 유명한 이야기이다. 동부전선에서 소련군과 치고받으며 독일 전차의 스펙이 현저히 상승했음에도 미군은 자신들의 셔먼 정도면(그것도 76.2mm가 아닌 75mm 단포신으로..!) 그 독일 전차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오판했고 그 결과는 44년 노르망디  상륙 이후 미군 전차대의 엄청난 손실이었다. 


셔먼. 미군은 이 전차 정도면 44년의 독일 기갑부대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유럽에 발을 딛고 나서야 셔먼 정도로는 독일 전차대를 상대하기 터무니없이 부족했다는 걸 깨달은 미군 수뇌부는 그제야(셔먼 차체에 17 파운더 포를 올려 쓴다는 영국 아해들의 미친 생각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던 것.) 독일 맹수 시리즈를 상대할 물건을 부랴부랴 개발하기 시작했고 전쟁이 거진 다 끝나갈 즈음이 돼서야 간신히 '퍼싱'이라는 물건을 내놓는 데 성공한다.(근데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활약할 일은 거의 없었다고..;;)


...


2차 대전의 자만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6.25 때의 자만은 더욱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다. 

북한군 주력이었던 T-34-85가 분명 입증된 명품이긴 하지만 그건 독일 맹수 부대처럼 한대 한대가 괴랄하게 세서 명품인 게 아니고 그냥 가성비가 좋다고 명품이라 부르는 그런 물건이었다. 스타로 치면 히드라 정도? 히드라가 한 마리 한 마리에 벌벌 떨 그런 물건은 아니잖아?


T-34(85). 소련의 가성비 좋은 명작 전차이긴 하지만 티거급으로 만들어진 미군의 퍼싱보단 한 수 아래였다.


그 좋다고 하는 T-34라 해도 세계대전 당시 티거한테 죽도록 처 맞았던 녀석이고 이미 미국은 서부전선에서 어렵게나마 티거를 상대한 경험이 있으니 T-34 정도면 충분히 상대 가능했어야 했다. 

(물론 그 T-34 역시 41년 당시엔 처 들어오던 독일 애들의 진땀을 빼놓았던 전례가 있었다지만 그건 독일 애들이 기껏해야 3호 전차 타고 다닐 적의 이야기이고 6호 전차 티거 앞에선 그저 아칸 앞의 저글링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데 미쿸은 한번 더 당하고야 만다! T-34의 성능을 낮아도 너무 낮게 측정해버린 탓에 티거를 상대할 역량을 가지고도 6.25 대전 초기 T-34에게 한번 더 휘둘리고야 만다!(알 보병 부대 /경전차를 투입했다가 처참하게 깨졌다.)

그렇게 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T-34의 적정 성능을 파악하고 서부전선에 투입됐던 셔먼 후기형과 퍼싱을 닥닥 긁어와서 결국 북한군의 우위를 꺾어놓긴 했지만 저음부터 상대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했다면 전쟁 초기 북한군의 우위는 훨씬 빨리 끝날 수 있었으리라...


퍼싱. 독일 맹수 전차를 상대하기 위해 미국이 내어 놓은 역작


+셔먼과 티거의 체급 차이를 잘 보여주는, 영화 '퓨리'의  명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qoqhDIuSD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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