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특?
2차 대전 당시 독일 맹수 시리즈(티거와 판터)의 권능(?)을 몰라 뵌 미군 수뇌부의 실책은 제법 유명한 이야기이다. 동부전선에서 소련군과 치고받으며 독일 전차의 스펙이 현저히 상승했음에도 미군은 자신들의 셔먼 정도면(그것도 76.2mm가 아닌 75mm 단포신으로..!) 그 독일 전차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오판했고 그 결과는 44년 노르망디 상륙 이후 미군 전차대의 엄청난 손실이었다.
유럽에 발을 딛고 나서야 셔먼 정도로는 독일 전차대를 상대하기 터무니없이 부족했다는 걸 깨달은 미군 수뇌부는 그제야(셔먼 차체에 17 파운더 포를 올려 쓴다는 영국 아해들의 미친 생각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던 것.) 독일 맹수 시리즈를 상대할 물건을 부랴부랴 개발하기 시작했고 전쟁이 거진 다 끝나갈 즈음이 돼서야 간신히 '퍼싱'이라는 물건을 내놓는 데 성공한다.(근데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활약할 일은 거의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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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의 자만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6.25 때의 자만은 더욱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다.
북한군 주력이었던 T-34-85가 분명 입증된 명품이긴 하지만 그건 독일 맹수 부대처럼 한대 한대가 괴랄하게 세서 명품인 게 아니고 그냥 가성비가 좋다고 명품이라 부르는 그런 물건이었다. 스타로 치면 히드라 정도? 히드라가 한 마리 한 마리에 벌벌 떨 그런 물건은 아니잖아?
그 좋다고 하는 T-34라 해도 세계대전 당시 티거한테 죽도록 처 맞았던 녀석이고 이미 미국은 서부전선에서 어렵게나마 티거를 상대한 경험이 있으니 T-34 정도면 충분히 상대 가능했어야 했다.
(물론 그 T-34 역시 41년 당시엔 처 들어오던 독일 애들의 진땀을 빼놓았던 전례가 있었다지만 그건 독일 애들이 기껏해야 3호 전차 타고 다닐 적의 이야기이고 6호 전차 티거 앞에선 그저 아칸 앞의 저글링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데 미쿸은 한번 더 당하고야 만다! T-34의 성능을 낮아도 너무 낮게 측정해버린 탓에 티거를 상대할 역량을 가지고도 6.25 대전 초기 T-34에게 한번 더 휘둘리고야 만다!(알 보병 부대 /경전차를 투입했다가 처참하게 깨졌다.)
그렇게 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T-34의 적정 성능을 파악하고 서부전선에 투입됐던 셔먼 후기형과 퍼싱을 닥닥 긁어와서 결국 북한군의 우위를 꺾어놓긴 했지만 저음부터 상대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했다면 전쟁 초기 북한군의 우위는 훨씬 빨리 끝날 수 있었으리라...
+셔먼과 티거의 체급 차이를 잘 보여주는, 영화 '퓨리'의 명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qoqhDIuSD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