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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an 29. 2021

이제는 아무도 오지 않는 쓸쓸한…

정의의 추락

모두가 떠나간 마을. 한때 울고 웃는 아이들 소리로 붐비던 곳이지만 지금은 그저 적막하기만 한 놀이터. 

거기 그네에 쓸쓸히 앉아서..

알고 있다. 제정신이 박힌 이들은 애저녁에 다 떠났다. 멀쩡한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는다. 그저 정신 나간 광인 내지 불량아, 그리고 뚝배기가 반즘 갈려나간 좀비들만이 이따금 이곳을 기웃거릴 따름이다.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지금 정의당 마을이 신좌파 똥 페미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나 다시 정상화(노회찬 시절처럼)된다는 게 가능치 않음을 알고 있다. 그래, 그건 이제 예수 재림 내지 휴거 발생과 같이 초자연의 영역으로 접어든 지 오래다. 내가 주식공부를 해서 워런 버핏이 된다거나 로또 당첨으로 타워팰리스에 입성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정의당 정상화'처럼 애초에 가능할 리 없는, 황당무계하고 터무니없는 꿈에 젖어 사느니 '미국 51구역의 비밀'내지 '지구 평평론의 진실', '911 테러와 프리메이슨'과 같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더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삶이 차라리 더 건설적이라 생각할 것이다. 


내가 충분히 현실적인 사람이라면, 이루어질 리 없는 초자연 현상을 기대하며 밑 빠진 둑에 무려 당비 씩이나 제공하는 어처구니없는 짓거리를 벌이느니 예수 재림과 구원을 기대하며 그 돈을 성당 헌금으로 제출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란 걸 알 것이다. 천국이 실재하는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교황의 권위는 실재하며 그건 정의당에 비할 수 없이 오래되었고, 또 오래갈 무언가니까.


물론 난 아직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


애초부터 난 사상적 동의 없이 인간관계 때문에 이 마을로 들어왔다. 어떤 이들의 터무니없는 꿈과 이상을 마음속으로 반쯤 조롱하면서 말이지. 그렇게 들어와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사람들과 관계 맺고 잠깐이나마 어떤 사람들과 함께했다. 그리고 내 머리는 그들의 눈을 기억한다.


전쟁터로 떠나 실종된 후 3년 동안이나 소식이 없는 아들의 아침밥을 매일같이 차리는 늙은 노모를 본다. 그리고 "저 여편네 또 쓸데없는 짓 한다."며 빈정거리면서도 아들의 낡은 운동화를 차마 버리지 못해 끝끝내 신발장 구석진 곳에 숨기듯이 모셔두는 어떤 아빠의 축 처진 등판을 본다.


언젠가 나도 떠나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이런 곳에서 영원히 머물 수는 없다. 새롭게 괜찮은 곳이 생긴다면. 물론 그게 언제가 될진 나도 잘 모르겠다.  

적어도 그때까진, 그 사람들에게 아직 함께 앉아있는 이가 있음을, 지금까지 도움 안됐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리 없을 어떤 바보가 그 버스에 아직 남아있음을 전해주고팠다. 단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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