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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02. 2021

그 페미니즘 비판 2 - 페미니즘과 상대주의

내재된 모순


가장 개괄적인 부분부터 풀어보자.
페미니즘이 그 발전&번창(?) 과정에서 많은 경우 신좌파들과 함께해 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페미니즘은 어떤 식으로 건 68 혁명과 신좌파운동으로부터 많은 이득을 보았으며, 페미니즘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구미의 많은 국가들에서 페미니스트들과 신좌파들은 여전히 정치적 동맹관계에 놓여있다.

누차 이야기했던 바대로, 신좌파의 코어는 68 혁명 포스트모던이고 포스트모던은 극단적 상대주의를 추구함에 원칙적으로 그 어떤 고정된 인식도 거부한다. 세상엔 정해진 진리라는 것이 있을 수 없기에,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무엇이다.”하는 식으로, 대상에 대한 어떤 고정되고 획일화된 정의를 내려선 안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본인은 교활하고 러시아인은 폭력적이다.”식의 정의를 내려선 안 된다.


68 혁명 이후 많은 신좌파들이 정부와 공권력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했던 것도, “사물에 대한 고정되고 획일화된 인식”을 생성하는 최고 주체를 정부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 대해 어떤 공통되고 획일화된 ‘보편적 서사’를 가져서는 안 되며, 그 ‘보편적 서사’의 수호자인 정부와 공권력은 마땅히 자유시민의 적이어야만 했던 것이다.


세상에 그 어떤 절대적 올바름도 있을 수 없으니 우리는 그냥 “세상은 똥이야 똥 이히히 오줌 발싸”와 같은 마인드로 살아야 하는데, 이로 인해 아무데서나 섹스와 마약을 즐기는 따위의 일탈적 행위가 마치 깨어있는 지식인의 미덕인 양 전파되기도 했다. 그래, 이게 바로 히피문화의 기원즘 되겠다.

(더 나아가 오늘날까지 문화계에 가득한, 범죄자, 건달, 일진 등에 대한 미화&낭만화 풍조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


필연적으로 페미니즘을 비롯한 정체성 정치는 포스트모던 극단적 상대주의와 많은 부분에서 이론적인 충돌을 일으킨다.

누차 언급했지만 현실 페미니즘은 “피해자로서의 여성상”을 극도로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어떤 대상에 대해 고정된 상을 입혀선 안 된다.”는 포스트모던 극단적 상대주의의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포스트모던식 극단적 상대주의에 의하면, 여자건 남자건 그냥 그 사람 나름일 뿐이니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다는 정의를 내려선 안된다. 당연히 여자는 피해자가 아니며 남자도 가해자가 아닌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우대적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고자 하면 이 과정에서 반드시 정부를 끼고 가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집행하는 것은 공권력이다. 이 부분 역시 정통(?) 포스트모더니스트 극단적 상대 주의자들 입장에선 심히 불편한 부분이 된다.


자, 당신이 일방적 여성 피해 서사를 주장하는 신좌파 페미니스트를 만난다면, 환영인사로 먼저 이 부분부터 물고 늘어져 주어라. 양립할 수 없는 두 대목 중 손 잡아줄 편을 명확히 하고 반대편을 비판할 것을 요구해라. 이 대목에서 “정말 소신을 가진 페미니스트”와 “그냥 겉멋만 들어서 그냥 좀 진보적이다 싶은 거 있으면 일말의 논리적 성찰도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물개 박수부터 치고 보는 힙스터 패션 좌파 직업 진보 활동가”를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상대가 오래된 포스트모던 극단적 상대주의의 전통을 버릴 수 없다고, 한쪽 편을 정하기를 포기한다면? 나의 안티 페미적 가치는 왜 그 ‘극단적 상대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용될 수 없는 것인지 따져주면 그만이다.


사실 신좌파들과의 키배는 거의 90%가 이 ‘도입부’ 선에서 정리된다. 당신은 그저 답을 정하지 못하는 상대가 혼자 ㅂㄷㅂㄷ거리는 모습이나 실컷 감상하다 나오면 그만인 것이다. 


만약 상대가 신념 있는 페미니스트라서 68 혁명 포스트모던의 가치를, 그리고 극단적 상대주의를 신봉하는 다른 신좌파들과의 연계를 간단히 부정해 버린다면?


보통 나는 이 대목에서 상대의 ‘용기’를 칭찬하며 존중을 표현한다, 일단 상대방의 ‘신념’이 확인되면, 나는 보통 상대에 대한 적의를 거두기 때문에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서로 간의 고유영역’으로 남겨둔 체 논의를 종결짓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상대가 ‘그 이상의 대화’를 계속 원한다면? 적의를 내려놓고 편한 분위기에서 다음 단계로 들어가도록 하자. 


이제 개괄적인 맛보기는 끝났으니 “페미니즘의 여성 피해 서사”라는 그 자체를 하나하나 해체해 나갈 것이다.


+요즘은 진보좌파 쪽이 아닌 우파 쪽에서도 페미니즘이 번창(?)함에 따라 페미니스트가 신좌파 포스트모던과의 연계를 부정하는 상황도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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