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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03. 2021

그 페미니즘 비판 3 - 약자성과 특별배려

초등교사 남성우대는 결코 반페미 담론의 약점이 아니다. 똑바로 알자!


특정 부류 사람들에 대한 ‘특별배려(ex : 선별복지)’를 사회에 요구하려 할 때엔 반드시 이에 선행되어야만 하는 전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그 ‘배려’를 받게 되는 부류의 사람들이 더 약자이고 '떨어짐'에, 특별배려가 없이는 타 부류 사람들처럼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인정이다.


이를테면 나를 포함한 어떤 특정계층을 위한 더 강한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주장할 때, 좌파로써 나는 스스로 이 부분을 인정하고 들어간다. 간단하게, 나는 째드래곤보다 태원이보다 약자이며 무력함에 그들에게 패배했음은 이미 너무나 자명해서, 특별한 보호장비가 없다면 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들어간다. 나는 약자니까, 그들에게 현저히 밀리니까, 정부에게 ‘특별한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다.



“누구는 누구보다 근본적으로 약하다.”이 표현은 현대 민주사회에선 사실상 금기에 가까움에 어지간하면 누구도 공식적으로 입 밖에 꺼내려하지 않지만 사실 이러한 금기는 명백히 좌파에게 불리하고 자유주의에게 유리함을 누차 언급해왔다.
간단하게, A는 절~~ 대 B보다 열등하지 않고, 약하지 않으며, B와 싸우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우월’하다면(이것이 바로 정통 자유주의의 가정. “세상 어떤 사람도, 다른 어떤 사람보다 더 열등하거나 부족하지 않다.” 이 가정이 종종 시장자유주의와 성과주의를 정당화시키는 기제로 사용됨은 추가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정부가 B가 아닌 A에게만 어떤 ‘특별보호장비’를 제공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당신은 이 ‘불편한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가?!


나는 충분히 자력으로 세상과 맞서 싸워 이겨나갈 정도로 능력 있고 우월한 사람인데 정부로부터 ‘나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배려를 받아야겠다면, 세상에 이런 날강도 근성이 또 어디에 있는가? 부정 수급인 거지! 차라리 다 같이 주던가! 보편복지ㅇㅇ



자, 페미니즘에선 여성이 남성에 대해 절~~ 대 불리한, 약한 존재가 아님을 지독할 정도로 강조한다.(차라리 평소 때 강조를 좀 덜 하시던가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어떤 특별배려를 정말 끝도 없이 요구한다. 당신은 이 두 입장이 공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해 낼 수 있는가?


만약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보다 절~대 약하지 않고 하자도 없지만 특별배려 없인 자립이 불가할 정도로 뒤쳐져 있고 또한 그게 결코 본인 잘못이 아니라 주장하고자 한다면, 대체 무슨 부당한 압박 때문에 그리 되었는지를 구조적으로 밝힐 수 있어야만 한다. 


이를테면 만약 여성에게만 불리한 사회적 제도가 있을 경우, 다른 특별 배려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제약을 가하는 제도를 철폐하라고 정부를 향해 요구하는 것이 맞다. 자, 지금 ‘여성에게만’ 제약을 가하는 그런 몹쓸 사회제도가 어디 있지? 일단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지는 있다. 대한민국에선 법적으로 여성이 ‘광부’라는 직업을 가질 수 없다. 자, 당신은 이 제도의 부당성에 대해서 페미니스트들이 반대하며 들고일어나는 장면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혹자는 “세상엔 남자에게 불리한 지점이 있고 여자에게 불리한 지점이 있으니 이 모든 걸 합산하면 어느 한쪽이 더 ‘열등’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냥 각자의 약점들을 각각의 제도로 보완해 주면 된다.”란 식으로 답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세상엔 “여자가 불리하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특별배려”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럼 이에 상응할 만한, “남자가 불리하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특별배려”에 대한 요청은 어디에 있지? 


“남성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배려는 하나도 없는데 “남성이기 때문에”받아야 하는 부당함은 너무나 명백하게 존재한다. 바로 군대. 이것은 사실 젠더 논쟁의 장에서 너무나 많이 언급된 부분이기에, 이에 대한 추가적 언급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초등교사 임용 시 남성에게 특별배려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 않더냐고. 그런데 그것은 다른 ‘여성 배려’ 사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애초에 초등교사 임용 시 남성 배려는 '특별한 약자인 남성에 대한 배려'라는 그런 차원에서 나온 이슈가 아니다. 교육계 차원에서 아이들의 균형 잡힌 성인식 확보를 위해 충분한 수의 남성 교사 확보를 원했던 것뿐이다. 이것은 애초에 약자에 대한 복지적 차원의 배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신은 업무적 이유로 많은 프랑스 사람을 고용해야만 하는 직장에서 프랑스인에 대한 ‘특별 가산점’을 배정한다고 했을 때 이것을 ‘약자 배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자, 남성이 ‘약자라서’, ‘불리해서’ 받을 수 있는 배려 정책이라는 건 대체 어디에 있지?


+앞으로 계속 언급하겠지만 세상엔 '남자이기 때문에' 더 불리해지는 많은 지점들이 있다. 그게 세상 속에서 전혀 배려되지도, 인식되지도 않고 있어서 그렇지. 나도 배려와 보살핌을 좀 받아보자.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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