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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22. 2021

그 페미니즘 비판 9 - 대망의 마지막. ‘남성성’1

남성성 역시 또 하나의 족쇄

여전히 세상에서 남녀의 영역은 명백히 구분된다.
남성은 치마를 입지 않는다. 여성은 간호사와 같은 ‘돌봄 노동’ 중심으로 배치된다.
누구 말마따나 이 모든 것을 그저 ‘개인의 선택’ 문제로 돌릴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차이들은 생물학적 원인에 의거한 필연적인 것인지라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인간을 중성 인간으로 변환시키기 전엔 완전히 없앨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핵심은 여전히 남성 영역과 여성 영역의 구분이 ‘실존’한다는 것이다.  


누차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페미들의 문제는, 이 구분 속에서 좋은 것은 다 남자에게로, 나쁜 것만 다 여자에게로 몰렸다고 주장함에 있다.(지난 여덟 편을 통해 그 예들을 언급한 바 있다.) 남자의 영역과 여자의 영역이 나누어져 있는데 세상 좋은 건 다 남자에게만 주고 여자가 받은 건 다 나쁜 것들이었다고 가정하면 당연히 항상 여자만 피해자고 불쌍자겠지. 근데 정말로 그러한가? 정말 그랬다면 일단 군대부터 여자가 갔어야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은, “남자가 받은 것들이 여자가 받은 것들보다 좋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요컨대 여자아이들이 기껏해야 쪼그려 뛰기나 할 때 남자라는 이유로 엎드린 상태서 빠따를 맞아야 함은 그렇게 유쾌한 상황이 못된다.


여기서 조금 더 추가하자면 상대 성별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도 남자 쪽이 훨씬 힘들다. 여자는 자신의 영역이 불만이면 남자의 옷을 입고 남자처럼 행동하며 남자의 일을 할 수 있지만 남자가 여자의 옷을 입고 여자처럼 행동하며 여자의 일을 한다면 그냥 '호모 새끼 인증'일 뿐이다. 다시 한번 말 하지만, 많은 경우 남자에겐 ‘선택권’이 없다.




지금까지 말해 왔던 “남자의 피해 서사(?)”들은, 사실 남녀 간에만 첨예한 충돌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다. 세대 간에도 충돌이 일어난다. 간단하게, 이 부분에 대한 과거 세대 남성들과 지금 세대 남성들의 관점이 판이하게 다르다!


오늘날 종종 언급되는 ‘남성 약자 서사들’은 포스트 민주화 세대 젊은 남성들에게는 널리 통용되지만 그러나 상위 세대의 남성들에겐 잘 통용되지 않는다. 전편에서 몇 번 반복된 이야기지만, 이 상위 세대의 꼰대 마초들은 남성이 약자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한다. (여윽시 페미의 직간접적 조력자들!)


대부분 이 지점에 대해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그때랑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이유가 단지 그뿐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오늘날의 젊은 남성들이 ‘남성성’이라는 것에 대해 가지는 관점 자체가 과거 세대 남성들의 관점과 많이 달라진 것이다.


오늘날 젊은 남성들이(특히 내가) 속칭 ‘징징’ 거리는 그 어떤 ‘남성성 문제들'은 사실 과거에도 상당수 존재했었다. 중요한 건 지금 남자들과 달리 과거 남자들은 ‘그것들’에 대해 징징거리지 않았다는 거지. 오늘날 종종 제기되는 남성성 문제들, 그러니까 항상 먼저 앞으로 나아가 피를 흘려야 하며 무언가를 지켜주고 책임져 주어야 하는, 이런 식의 문제들은 과거 남자들에겐 ‘문제’라는 개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문제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기쁨’이기도 했지. 이게 무슨 말이냐….


옛날 아재들 식사자리에서 종종 일어나는 이벤트 중 하나는 서로 자기가 계산을 하겠다고 다투는 것이다.


“이~사람이?! 지난번에도 당신이 계산했잖아! 이번에는 내가 내야지! 빨리 지갑 안 집어넣어?”


여기엔 단순한 ‘배려’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카드를 꺼냄으로써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고픈 바람도 있는 것이다.(아 물론 사정에 따라 ‘신발 끈 오래 묶는 사람’ 역시 존재하긴 한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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