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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17. 2021

떠나간 이를 추모하며

영면을 기원합니다.

3월 11일. 한 형제가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너무나 수수한, 뭔가 나와 비슷한 냄새(?)가 났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임에서 나를 보면 항상 반갑게 인사하곤 했습니다.


...


얼마 전, 그러니까 두 달 전 즈음인가?
일을 하며 돌아다니다 모 전철역에서 누군가 저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 세환 씨?"


그는 언제나처럼 저를 반갑게 불렀습니다.


대리운전이란 게 얽매이는 게 없는 일이지만 또 한편으론 (정확히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외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무수히 많은 군중 속에서 나 혼자만 움직이는 그런 일이지요. 그런 상황 속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모릅니다.


... 아마 그 만남이 마지막이 될 거라는 걸 알았으면 나는 좀 더 많은 시간을 그에게 할애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후의 업무를 미루고서라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나면 오르는 주식처럼 야속하게도 항상 진실은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법이지요. 


우리는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 기회에 다시 만남을 기약한 채로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이제 "그다음 기회"라는 건 몇십 년 뒤가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


그는 좋은 진보와 좋은 세상을 꿈꿨습니다.

그리고 그는 행복해지고 싶어 했습니다.

그가 살아생전에 느꼈던 결핍들을 새로운 곳에서 채울 수 있었기를 바라겠습니다.


함께 있을 때에도 해준 게 없었습니다. 

그 흔한 밥 한 끼조차 사 주지 못했는데 지금 이 순간에조차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이승원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때론 기뻐했으며 때론 슬퍼했습니다. 나와 당신과 우리들처럼. 우리들 속에서.

그리고 그런 그가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아마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나갔습니다. 


이 사람이 우리 곁에 있었음을 애써 생각할 필요가 없었을 사람 일지라도 잠시 동안이나마

이승원이라는 사람이 우리와 함께 있었음에 대해서 한 번만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와 함께 있었고 우리 속에서 살아가다가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나갔음을 

아주 조금만이라도 함께 기억해 주셨으면.


그리고 그가 원했던 것들을 새로이 얻을 수 있었기를 

각자가 함께하는 신에게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머릿속에 임자를 잃은 기억들을 정리하고 떠나간 형제의 존재를 가슴 깊숙이 묻어둡니다. 

영면하소서.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10867504579



나는 잡초처럼 내동댕이 처친 한(恨)들의 땅을 기어 다니며

사람의 아픔을 노래하리다.


ㅡㅡㅡㅡㅡㅡ


... 그리고 남겨진 형제자매들을 보살피심에 그들을 당신의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소서


그들이 설령 빈곤과 아픔과 추위와 그리고 사무치는 외로움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에도

당신의 따스한 온기를 떠올릴 수 있게 하소서.


부디 너무 아파하지 않게 하시고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당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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