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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15. 2021

기억을 곱씹으며 아픔을 삼키는

그저 사람으로 남아있기를

혹자는 말한다. 누구 죽고 나면 사람들 울며불며 매달리는 게 너무 우습다고.

평소엔 먹고사니즘의 아귀다툼에 치여, 흙탕물 오물 속에서 서로 더럽히고 물어뜯느라 바빠 각자의 아픔에 관심도 없던 치들이 막상 누구 하나 죽고 나면 세상에 둘 없이 친했다는 듯 울고불고 오만가지 오바 법석을 떠는 게 너무나 가식&위선적이라고.

어차피 내일이 되면 또다시 속세의 아수라장으로 돌아가 살아남기 위한 아귀다툼 속에서 대체 내가 언제 그리 착했었냐는 듯이 서로 똥오줌으로 범벅 치며 그렇게 살아들 갈 거 아니냐고.

'죽음'이 이슈화 될 때마다 온라인 공간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반응들이다. 


...

치매환자도 가끔씩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가 있다. 가끔씩 제정신이 돌아오는 그 막간 잠시 동안 가족들과 비극적인 안부인사들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그동안 어땠냐? 힘들었냐? 내가 이래서 너무 미안하다고..

이에 대해 "어차피 자고 일어나 내일이면 또다시 가족도 못 알아보고 벽에 X 칠하느라 바쁠 텐데 막간에 그런 안부인사는 해 뭣하나?"라 물을 사람이 있는가? 


먹고사니즘 무한 생존경쟁의 수라장 속에 하도 치여 사람을 망각해버린 인간성의 치매환자들(너 나 우리)도 가끔씩 본 정신으로 되돌아오는 순간들이 있는데 자신이 알던 누군가가 세상을 하직했을 때가 아마 그중 하나일 것이다. 


다들 본 정신이 돌아오는 그 잠시 동안이나마 본래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비극적으로 상기하면서 남겨진 이들끼리 서로 그 아픔을 보듬는 것뿐이다. 누구 말마따나 내일이면 모든 걸 까맣게 망각한 채 다시금 그 저주받은 아귀다툼으로 돌아가 좀비처럼 배회하게 될 걸 상기하며 그 비극적인 운명에 눈물짓는 것뿐이다.

다들 자신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기억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존하려 발버둥 치는 것뿐이다.


그러니 부디 이를 비웃으려 너무 애쓰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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