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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l 06. 2021

자유시장에서의 능력과 성과

지갑을 열게 하라!

능력주의 능력주의 하는데 과연 능력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되는가?

이에 대해 자유시장은 무척 심플하고도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간단하게 "상대방의 지갑을 열게 했으면" 그게 바로 능력이고 성과이다.(물론 강압적 상황이 아니라는 전제는 붙지만..) 능력주의라는 워딩이 부연설명이 없을 경우 거의 대체로 자유시장적인 이미지로 연계되는 이유는, 여러 사상들 중 자유시장만큼 간단, 명확하게 '능력'을 설명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


이 관점 하에선, "열어줄 지갑조차도 없는" 노숙자들을 상대로 무료봉사를 시행한 의사 선생님의 열정은 능력이나 성과로 연계되지 않는다. 열어줄 지갑조차 갖추지 못한 쓸모없는 이들은 세상으로부터 빨리빨리 낙오되어 더 이상의 산소를 축내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이를 방해했으니 오히려 세상에 해를 끼쳤다 할 것이다.
("중증 장애인 한 명을 돌보는 데 한 달에 6마르크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중증 장애인 100명을 학살할 경우 제국 정부는 한 달에 얼마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가? 하일 히틀러!")   

반면 이거늬에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여 기쁘게 해 주고 지갑을 열게 만든 화류계 여성은 '능력'이 있는 존재이며, 이에 기반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노숙자에게 봉사한 의사 선생님보다 능력 있고 가치 있는 행위를 한 것이다.



...

'자유시장적인 능력관'에 대한 거부감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가장 주된 경로는 아마 '정보의 불확실성'에 의한 반감일 것이다.
설령 아무런 강압이 없는 상태에서 자유의지로 이루어진 거래라 하더라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맛보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고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거래를 통해 얻게 된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한다.(ex : 무언가를 배우려고 강의를 신청해 들었는데 자신의 스타일에 맞지 않아 교육효과가 미미함.) 


그리고 본인이 전에도 비판했던, 시장에서 가장 더러운 3대 거래("나의 만병통치약으로 너의 불치병을 치료해주마." "백만 원만 주면 1년 내 오백만 원으로 만들어줄게" "백만 원만 주면 너 죽은 뒤에 천당 가게 해 줄게")가 바로 이 '불확실성'을 편법적으로 이용한 거래라 할 수 있다.

이런 거래에는 늘 "이건 상당한 불확실성을 가진 상품(?)이기 때문에 거래 결과의 책임은 순전 본인에게 있음을 말씀드립니다."라는 식의 약관이 붙기 마련이며, 사람들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불확실한 거래를 하려 하지 않는다. 오직 삶이 궁지에 이른 절박한 이들만이 나뭇가지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거래에 임한다. 그리고 그렇게 최후에 동전 한 잎까지 다 빼앗기고 결국 삶을 마감하게 되지.("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건 본인의 책임입니다^오^")

...


불확실성이 없는 정직한 거래건, 불확실성을 이용한 비열한 거래건, 시장에서 상대방의 지갑을 열게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정보'일 것이다.
문제는 이 '정보'조차도 하나의 상품처럼 거래된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당연히 이미 곳간 재산을 잔뜩 쌓아 둔 대감님들은 항상 좋은 정보를, 없는 자들은 남들이 먹다 버린 싸구려 정보만을 얻게 된다. 



시장에서 항상 비판받는, "누군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전용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코나 파다가 클릭질 세 번으로 수천만 원을 벌어내는 데 누군 뙤약볕 아래 하루 12시간씩 땀 뻘뻘 흘리면서도..."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노오오오오오력이 아니라 정보. 이 정보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맨 땅에서 죽도록 삽질만 하다 삶을 마감하게 된다. 물론 우파 시장주의자들은 "그건 다 당신의 노오오오력이 부족했기 때문인 거야!"라고 말하겠지만 말이다. 체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인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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