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86 아재들의 눈물 나는서윗함
일전에 영화 '실미도'를 보던 아빠가 했던 말
"영화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수위를 많이 낮춘 것 같다. 저 정도 훈련은 일반병이었던 나도 받았는데 당시 국가가 비밀리에 양성했던 특수부대의 훈련강도라는 게 저렇게 평범 무난했을 리 없다."
군대가 가혹했다면 인권이란 개념이 희박했던 과거의 군대일수록 더욱 가혹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우리가 그렇게 싫어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X86 아재들은 분명 우리보다 더 가혹한 군생활을 했을 거란 점이다. 때문에 이들은 DP와 같은 현대 군대 영상물을 보더라도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군생활의 가혹함이 국가 차원에서 죄송해야 할 문제 하면, 그 죄송함에 대한 채권은 상위 세대일수록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누가 누구에게 얼마나 죄송해야 하는가? 이건 문화 관념 권력을 논할 때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막말로 페미니즘 PC 정치에 목매는 신좌파들은 이 부분에 목숨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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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진보의 엘리트들은
여자의 아픔은 모두의 아픔이 아닌, 분명하고 명백한 여자의 아픔이니 '모두의 아픔' 운운하면서 남성의 가해자성을 지우려 들지 말라 말 하지만
남자의 아픔에 대해선 "모두의 아픔일 뿐이니 '남자'라는 대목을 강조함으로써 성별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라고 말한다.
큰 하자가 없는 이상 모든 남성들은 강압적으로 징집되어 군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분명 '남자의 아픔'이고 '남자의 피해' 임이 지극히 명백함에도 민주진보의 엘리트들은 애써 이것을 '남자의 아픔'이 아닌 '청년의 아픔'이라는 식으로 어물쩡 뭉개고 싶어 한다.
자, 명백하게 남자의 아픔인 부분을 어그러뜨려 청년의 아픔으로 만들어 버릴 경우 여자 청년들은, 그러니까 '그' 이대녀들은 얼떨결에 국가의 죄송함에 대한 채권자로 올라타게 된다. 더 웃기는 건.. 상술했듯 너무나 명백하게 현재 청년 이상으로 험한 처우를 받았던 586세대 남성 자신들의 국가 죄송함 채권은 소각되어 버리고 만다. 그들은 '청년'이 아니니까. 이것이 바로 '남성'을 '청년'으로 전환하는 수식이 도출해 내는 문화 관념적 결괏값이다.
놀랍고 감동적이지 않은가! 대한민국을 지배하시는 전지전능하신 여자 느님들을 기쁘게 해 드릴 수만 있다면,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만 했던 죄송함의 채권 따위는 얼마든지 소각해 버릴 수 있는 그 86 민주진보진영 남성들의 이런 눈물겨운 서윗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