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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Nov 16. 2021

'한성연'이라는 이들

지켜봐 온 소회

한국에서 나처럼 페미 피씨와 척을 지는 활동을 애써 해 나가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식으로건 한번은 엮이게 되는 이들이 있는데, 게 중 하나가 '한성연(한국성평화연대)'이다.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던 내가 처음으로 방문을 열고 나온 시점에서 한성연은 어느정도 우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좌파인 나와 아주 밀접하게 섞이긴 어려웠지만("너 왜 우파랑 어울리냐"), 그럼에도 나름의 흥미를 가지고 지켜봐 왔더랬다.


...페미 피씨 신좌파 문화에 문제의식을 느낀, 결코 엘리트 귀족계급은 아니었던 젊은 친구(거의 대부분 노동계급으로 보였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강 그러했던 걸로 기억한다.)들이 주축이 되어 자신들만의 논리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조금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그 이론'은 이제 막 만들어지는 중이었고 결코 완성된 상태는 아닌 걸로 보였다.


물적 기반이 빈약한데다 확고하고 오래된 이념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한 집단은 결국 덩치가 큰, 역사가 더 오래된 다른 이념집단에 흡수 통합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사실 난 이들이 오래지 않아 개신교단체나 시장주의자 단체에 흡수 통합될 것으로 보았다. 시장주의나 개신교는 이미 기성우파진영 내에 확고한 물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데다 수백년 된 확고한 교리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기반이 빈약한 어린 청년단체가 여기에 흡수통합되는 레파토리는 어떻게 보아도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페미 싫다고 오른쪽으로 달려나간 젊은 친구들이 개신교나 시장주의 세계로 흡수되는 건 이 바닥에선 굉장히 흔한 패턴이니까.



그런데 끝까지 버티더라. 이 친구들은 끝까지 독자노선을 고집했다. 물론 '같은 우파'라는 미명 하에 개신교나 시장주의쪽과 전략적 제휴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성평화'는 시장주의나 개신교주의가 아닌 독자적인 노선으로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다. 


...

물론 한성연에서 내가 동의할 수 없는(ex : 동성애나 성소수자 문제?) 입장들을 표명해 왔던 역시도 잘 알고 있다. 그 사상에 전부 동의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그 고집스러운 곤조를 말 하려는 거다.


나는 다른 청년 단체에 몸 담고 있지만, 이짝이건 저짝이건 청년 단체들을 접해 보다보면 멀리서 봐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이 있다. 거기 단체 이끄는 운영진들, 모르긴 몰라도 고생 오지게 했을 것이다.("니 같잖은 똥꼬집 때문에 우리단체가 못 크는 거야!") 

그리고 그 고집스러운 신념에 작은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우파쪽 사람들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이 접했던 이들일 것이다. 아, 물론 한성연 내에도 여러 노선갈등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냥 "있었다." 정도만 알고 있고 그 이상은 모른다. 당연히 내가 접한 한성연 사람이 그 내에서 어떤 입장을 가진 어떤 사람인지 까진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나한테는 다 '그냥 한성연 사람'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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