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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an 12. 2022

그래, 여가부 폐지는 비합리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

제발 같잖은 쿨병은 그만


"여성가족부 폐지"를 두고 민주진보진영에서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현실적 실현 가능성을 무시한 천박한 사이다 정치. 뒤를 생각하지 않는 막가파식 내지르기. 극우의 갈라치기. 무책임한 포퓰리즘. 심지어 김부겸 총리는 여가부를 싫어하는 청년들에 대해 "20대가 (여가부의 업적을) 잘 몰라서 저런다."라는 발언까지 내보였다.


그래. "여성가족부 폐지"는 현실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천박한 사이다 정치의 일환일지도 모르겠다. 당장의 이익만을 고려한 천박한 갈라치기 정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민주진보인들의 주장을 전부 수긍해 준다고 해도 여전히 불쾌감은 남는다. 


...


16년 강남역 사건으로 레디컬 페미니즘이 전면에 등장하고, 이들로부터 온 가지 악행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많은 민주진보인들은 이를 비판하려 하지 않았다. 비록 비이성적이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 한들 단순하게 이를 비판하기보단 "오죽하면 여자들이 이렇게까지 하겠는가?"라는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고, 비난이 아니라 그동안 '여성'에게 있어왔던 무수한 부조리들을 함께 돌아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민주진보인들은 그렇게 주장했었다. 



그랬던 이들이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서는 말이 바뀐다. 이는 그냥 형편없는 갈라치기에 감성 선동에 불구하다고 말한다. 극우, 일베, 포퓰리즘 등등 온 가지 악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오죽하면 저런 이야기까지 나왔을지, 오죽하면 고작 7글자에 그렇게 많은 '이대남들'이 환호하게 되었을지에 대한 비판이나 반성은 없다. 그저 그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며, 환호하는 이들은 "잘 몰라서"일뿐이다. 

공감을 말하던 이들은 공감하지 않고 공정을 말하는 이들은 공정하지 않다. 성평등은 소중하지만 어떤 성별은 특별히 더 평등하다. 


만약 당신들이 "비록 비합리적인 정책이라 할지라도, 오죽하면 이런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반성적으로 돌아볼 필요는 있다."라던가, "비록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일지라도, 이 7글자에 환호하는 청년남성들의 입장을 한번 즘 돌아볼 필요성을 느낀다."정도의 워딩이 함께 있었다면, 결국 여러분들의 결론이 "여성가족부 존치. 폐지 반대"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납득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또 다른 평행우주의 이야기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일 비판할 수도 있고 전두환의 공로도 인정할 수 있으며 기본소득도 재정적 상황을 고려하여 얼마든지 뒤로 무를 수 있는 넘치는 융통성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 페미니즘에 대해서 만큼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손톱만큼의 비판도 감내할 수 없는 당신들을 보면 이젠 화가 나다 못해 딱하기까지 하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디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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