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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08. 2022

표적을 똑바로 잡으라고

아무나 패지 마라


언젠가 페미니즘 개혁(?)에 대한 여초 글을 본 적이 있다. 페미니스트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지금 같은 암흑기에 페미니즘이 살아남으려면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며 여러 가지의 변화 안을 내어 놓았다. 


지금까지처럼 너무 쌈닭처럼 보이면 안 되고 조금은 더 온화해 보여야 한다. 그리고 남성 모두를 한남으로 싸잡아 공격하면 전선이 넓어지니 남성도 갈라치기해서 게 중 일단의 남성만 공격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는 그렇게 말했다.


사실 원칙적으로 잘못된 게 없는, 지극히 상식적으로 보이는 이 개혁안이 특별히 아니꼬웠던 건 '남성 표적 정밀화'부분 때문이었다. 그 페미니스트는 남성을 잘난 남자 못난 남자로 갈라치기 해 잘난 남자가 아닌, 못난 남자를 집중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루 죙일 남초 커뮤에 죽치고 앉아 떠들고 있는 도태 한남 찐따 아서 플랙 박세환 무리들'만'을 집중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약자를 위한 사상 페미니즘? 진짜 약자를 위한 사상이면 갈라치기도 반대로 해야 하는 거 아냐? 찐따 한남들과 약자의 연대를 이루고 이를 기반으로 소수의 잘난 알파메일들을 공격해야 한다는 게 바람직한 방향 아냐?ㅋ 


이렇게 비판하면 또 "그건 니가 페미니즘을 잘 알지 못해서 그런 거야. 공부하고 오렴~" 이 X랄이나 하겠지ㅋㅋ  



그런데 이런 표적설정의 문제는 종종 안티페미 쪽에서도 나타난다.  


...


항상 반복하는 말이지만 이 젠더갈등에 있어 '여성들'의 입장은 '남성들'의 입장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간단하게, '여자들'은 우리들처럼 페미 비판에 열성적일 수 없다! 여자들은 그저 이 젠더갈등 난장판에서 중립만 지켜준다면 어차피 '우리'에겐 이득이 된다. 벌떼마냥 들고 일어서서 '페미니즘 리리리리리리리부트'를 일으키지 않아 주는 것만으로도 '여자들'은 할 도리를 다 하는 것이고 사실 그 정도면 된다.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건, 소정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 많은 여성들이 어느 정도는 페미니즘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안페들에겐 이 부분이 무척이나 아니꼬왔던 거 같다.


류강장이나 민주당 6 공주 같은 대장급 페미가 아닌, 이 문제에 손 놓고 있는 그냥 일반적인 여성들에 대해서도 "너에게서 여전히 페미 냄새가 난다!" 이러면서 물어뜯는다. '페미 냄새'에 대해 해명하라고, 그렇게 여경을 싸잡아 물어뜯고, 여군을 물어뜯고, 안산을 물어뜯었고, 잼미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결국 '사고'가 난다.



다시 말 하지만 '여자들'은 그저 중립만 지켜준다 해도 고마운 일이다. 그들에게 '그 이상'을 요구해선 안된다. 그런데 지금처럼, "킁킁 킁킁 너에게도 약간의 페미 냄새가 난다..!"이러면서 사방팔방으로 물어뜯고 다니면 어떻게 될까? 갸들도 뭉친다. 살기 위해 뭉친다. 


어제오늘 '페미니즘 리리리리리리리부트'가 발생하지 않아 우리가 여까지 힘겹게 올라왔는데, 어제오늘 일어나지 않은 페미니즘 리리리리리리리부트가 내일도 모레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니까 제발 말하건대, 표적을 늘리지 마라. 적을 늘리지 마라!


'저 안티페미 찐따 병X들'이 몇몇 소수 페미대장부만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종국엔 방구석에서 왕자님 드라마나 보고 있던 '나'도 공격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기 시작하면 여자들도 다시 뭉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불꽃이 절대 너희들 하나하나를 노리진 않을 것"이라는 안심을 여자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싸움일 뿐이야."라는 안도감을 여자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고ㅇㅇ 


+사람이 사람 비판 좀 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ㅇㅇ 잘못 아니지. 그리고 같은 식으로 '그 비판'이 심히 띠껍다는 이유로 여자들이 다시 결집하고 그렇게 페미니즘 리리리리리리리부트가 발생한다 해도 그게 그들의 잘못인 것도 아니지ㅇㅇ


++어떤 모지리는 "잼미는 예쁘니까 공격하지 말았어야 했고 못생긴 여자들을 때렸어야지ㅠㅠ"이따위 망발을 꺼내던데 이딴 걸 저 딴에 위로랍시고 처 꺼내는 진 몰겠으나 이따위 외모 갈라치기 이야기가 여자들에게 어마어마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만 알아둬라. 


씨바 느그들은 페미들이 "소추로 갈라치기 해서 소추만 패야지"이러는 거 보면 뭔 생각이 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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