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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10. 2022

대선 총평

내일을 향해서


1. 솔직히 이재명이 이길 거라고 진지하게 믿었던 이가 몇이나 되냐? 예상했고, 각오했던 결괏값일 뿐이다. 그러니 민주진보의 친우들은 너무 좌절하지 말라. 우리는 (전부터 그러했 듯) 예상했던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면 된다.


2. 이대녀의 역결집을 말하는 이들이 늘어나는데 역대 큰 선거들을 종합해 보면 이대녀는 그저 항상 하던 데로 민주진보진영을 지지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여조는 다소 실망스러운데, 여조는 젊은 여성층이 결국 막판에 민주당계로 투표하게 될 거란 점을 똑바로 읽어내지 못했다.

사실 변동한 건 젊은 여성이 아니라 젊은 남성층이다. 이들은 명백하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전되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민감한 문제로 남을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진보진영은 이 선거에 대해 "극렬 페미의 위대한 잠재력이 다시 확인되었다!"라는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 담론의 주도권을 가진 이들이라 눈곱만큼이라도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으면 무조건 그쪽으로 밀어붙인다.

때문에 민주진보진영은 모두의 바람 데로 정신을 차리긴커녕, 오히려 페미 드라이브를 더욱 가속시킬 걸로 보인다. "1번 남 2번 남"이런 드립이 더욱 강화되고 180석 빨로 비동간을 마구 밀어붙이려 할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우파 페미들은 이에 호응하여 "이준석과 이대남 때문에 위험할 뻔했다."는 명분으로 이준석에 대한 반란을 다시 한번 시도할 것이다.


4. "페미와 반페미의 대립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 문제의식은 지선까지 끝나 봐야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이다. 그때까진 싸움이 지속된다. 언제나 그러했듯, 같이 싸워나가자.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올 것이고 

'정당한 엔딩'이 조금 미루어질 수는 있어도 언제까지나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5. 페미와 반페미 문제를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다시 정리해 보고 자시고 하는 문제도 어디까지나 거대 양당 쪽의 테마인 거고, 당의정 입장에서 보자면 다양한 관점이니 뭐니 할 것도 없이 깔끔하게 실패한거고 그냥 망한 거다. 여기에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 당의정은 페미가 아닌 새로운 어젠다를 찾아 탈출구를 모색해야 마땅하겠으나 내가 지겨울 정도로 보아온 이들의 관성을 고려하건대 이들이 스스로를 혁신해 낼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뻔한 일이다. 


6. 당의정이 혁신할 수 없을 거라면 그냥 이대로 쭈욱 가다가 총선 이후 몰락해 주는 편이 민주진보진영 전체의 발전을 위해 더 나을 것이다. 당의정이 완전 별 볼일 없는 수준으로 떨어져야 민주당도 페미표에 신경을 덜 쓰고 확장성을 위해 '남성의 입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7. 당연한 이야기지만 젠더갈등 과열은 불행한 일이며, 이를 해결하려면 지금까지 배제되었던 젊은 남성과 반페미적 목소리를 공론장에서 수용해 주어야만 한다. 지금까진 이게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젊은 남성들의 의지는 각종 밑바닥 커뮤니티에서 욕설 수준으로 배출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속에서 젠더갈등은 더욱 악화되어 왔다. 우리는 (언제나 그러했듯) 닫혀버린 공론장의 재건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물론 전술했듯 민주진보의 담론 지배자들은 그렇게 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이 속에서 지선까지 젠더갈등은 완화되긴커녕 더욱 악화될 여지가 높다. 


8. 이래저래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넘쳐난다. 싸움은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전열을 다시 정비하고 다가오는 싸움에 임하자.

형제자매들이여. 조금만 더 힘을! 무너진 성벽의 틈 사이로, 한 번만 더!!



+젠더갈등과 별개로, 120시간과 이준석식 능력 경쟁 만능주의는 당분간 좀 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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