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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09. 2022

이근 대위

객기인가? 용기인가?


이 사람 가는 게 옳냐 그르냐로 온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개인적 견해를 말하자면, 일단 지금처럼 선과 악의 구분이 노골적으로 명확한 상황에서 목숨을 챙기지 않고 싸우러 떠나는 이근의 모습이 솔직히 멋있다는 거 인정. 관심병이라도 멋있음ㅇㅇb


그렇지만 이에 당혹스러워하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한다는 입장.


손병관 기자님은 자국민을 외국 전쟁터로 안 보내는 정부의 입장이 "전력 아끼기"습성으로부터 나온 거라 주장하시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애초에 은제부터 이 나라가 국민 한 둘 목숨을 '자산으로써' 그렇게 아껴주던 나라였는가? 노동자 한 명 한 명은 전시에 소중한 병력으로 전환되지만 그렇다 해서 이 나라가 노동자 한 명 한 명의 삶을 애지중지 알뜰살뜰 챙겨 왔던가?


이 나라는 시민 한 명 한 명의 목숨 따위를 안중에 두지 않는다.


그리고, 단순하게 '전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적당한 전투 경험은 반려할 일이 아니라 장려할 일이 된다. '실전 경험을 가진 국민'은 국방에 있어 가장 금쪽같은 자산중 하나이며, 때문에 많은 강대국들은 분쟁지역에 소수의 특수요원들을 파견해 실전 경험과 실전 데이터들을 확보하고 싶어 한다.(비공식적으로라도)


좀 냉정하게 말해서, 1년 동안 열명 보내 게 중 두 명쯤은 죽는다 해도 이로써 실전 경험을 쌓은 요원 8명과 각종 실전 데이터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그 나라의 군사력 측면에선 충분히 남는 장사가 되는 것이다.


...  


정부가 두려워하는 건 시민 개개인의 목숨이 아니라 철~저하게 외교다. 김선일 씨와 샘물교회 트라우마를 떠올려 보라. 만약 한국인이 의협심에 싸우겠다고 외국 전쟁터 나갔다가 죽지 못해 포로로 사로잡히기라도 하면? 그리고 상대국에서 잡은 국민들 목숨을 담보로 이래저래 기분 나쁜 시비 땡깡을 시작한다면? 이러한 고민은 '러시아가 궁지에 몰리면 몰릴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어쭙잖게 러시아군에 타격 좀 줘 보겠다고 나섰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도 나올 수도 있다는 거다.


막말로 "정부는 모르는 일, 어디까지나 개인자격으로 행한 짓"이라 잡아 때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게, A, B 두 나라 전쟁에 C나라 의용군이 다수 참전해 있으면, 또 그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 맡을수록, C나라 입장에서 "우리는 AB 두 나라의 전쟁에 관여하지 않는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진다.


우리가 '그렇게' 말하려 한들, 상대가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 



1차 세계대전 초중반의 미쿸이 "우리는 전쟁에 관여할 생각이 없으며 그저 영국에 '사적으로' 무역을 좀 하고 있을 뿐"이라 말했지만 그게 독일애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지.(무제한 잠수함 작전 개시)  


우리가 강대국이라면 이런 상황에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해 볼 수 있겠으나 뭐 우리가 홍차맨 따귀를 갈길만 한 강대국도 아니잖아?


대 러시아 경제제재야 미쿸이 눈을 부라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애초에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어떻게 해 볼 수 없었겠지만 '그 이상'의 쓸데없는 갈등이 발생하는 건 당연히 싫었을 것이다. 


(제재 참여에 대해서 우리 정부에 항의하지 마라. 미쿸의 입김 아래서 우리에게 거부권이 없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만약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고 끝까지 뻐띵기려 했다간 득 보다 실이 열곱절은 더 크게 나왔을 것이다. 당장 대러 무역과 대미 무역의 절대량부터 너무나도 심하게 차이가 난다.) 


+부당갤 주딱질을 하고 있다 보면, 특정 게시물에 댓글들이 늘어나고 말이 슬슬 거칠어지고 하는 걸 볼 때마다 불안불안 조마조마 해지곤 한다. 분쟁이 커지면 어떡하지? 개입을 해서 막아야 하나? 냅 둬야 하나? 


아마 비슷한 불안 초조를 지금 외교부도 느끼고 있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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