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환 May 13. 2022

비열한 공작

성인지감수성이 가져온 폐단


페미니즘이 남긴 가장 최악의 상흔 중 하나가 '성인지 감수성' 일 것이다. 이 하나만 있으면 보통 남녀관계(연인관계이건 아니건..)에 존재했던 언행들 거의 대부분을 차후에 성범죄로 문제 삼는 게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관계가 파탄난 이후, 혹은 나중에 생각해 보니 괜히 기분이 나쁠 경우 여성 입장에서 그동안의 관계 중 있었던 남성의 언행들을 얼마든지 범죄로 문제 삼을 수 있게 되었고 교제를 이루고 있는 세상 모든 남성들의 성적 제스처들은 언제나 '현재 진행 중인, 그리고 차후 언제든지 문제가 될 수 있는 잠재적 성범죄'인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때 전 수치심을 느꼈거든요."


때문에 관계가 틀어진 후 여성 측에서 남성 측을 향해 그간에 있었던 성적 제스처들을 성범죄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식으로 협박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경우 남성 측에선 전전긍긍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예전부터 누차 반복하는 말이지만


관계가 파탄에 이르고 난 후, 한쪽에서 있었던 농밀한 언행들을 앞뒤 맥락 없이 잘라 범죄인 것처럼 유출할 경우 사연을 잘 모르는 타인의 입장에선 그저 징그러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XX 씨 오늘도 스타킹 개 섹시하네~~ㅎㅎ. 오늘 속옷은 무슨 색일까나?ㅇㅎㅎ 그건 오늘 밤 침대에서 확인할 수 있으려나?ㅎㅎㅎㅎ"



...


이러한 공격을 받는 입장에선 법리적 여부를 떠나 사실 평판 자체의 문제가 걸리는 게 특별히 치명적이다.


만약 이러한 '공격'을 받은 입장에서 이 상황에 반격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그간 서로 간에 있었던 모든 관계의 진행 여정들(이를테면 함께 모텔을 갔다던가 하는 그간에 있었던 여러 합방-동침 기록들)을 전부 열어젖히는 지옥의 데스매치로 가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어찌 되었건 그간에 있었던 농밀한 제스처들 전부가 공공을 향해 공개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이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나 고려해야 하는 사회적 평판의 차이가 있을 경우 이러한 딜레마는 더욱 극심해진다. 서로의 얼굴에 똥을 비비는 데스매치가 진행될 경우 상실되는 명망의 타격에 차이가 있을 때, 한쪽에서 이를 약점으로 이용해 더욱 집요하고 잔인하게 공격을 가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를테면 "너와 내가 같이 얼굴에 똥을 비빈다 해도 이로써 입게 되는 명망의 타격은 당신과 나 중 누구에게 더 치명적일까?"와 같은 언사를 공공연하게 내뱉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이 사람이 정말 사회정의 회복을 위한 정당한 목적의식으로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심도 한 번 즘은 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물론 이런 측면을 이용해 남자 쪽에서 여자 쪽에게 공격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 굳이 따지자면 '리벤지 포르노'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으리라..)


...


개인의 문제에서부터 사회적 문제까지, 더 밝은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선 때론 불가피하게 피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누군가가 있다면, 어쭙잖게 숙이고 피하려 하기보단 최악을 각오하고서라도 싸움에 임하는 것이 전체 사회의 바람직한 내일을 위해 더욱 합당하다고 본다. 


한쪽이 손쉽게 항복 선언을 함으로써 공격을 건 상대방에게 이득을 주게 되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이러한 행태는 늘어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에겐 '반대편의 선례'가 더욱 많이 필요할 것이다. 


나도 피를 보겠지만 너는 이제 무조건 죽는다. 그리고 우리는 지옥에서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이런 각오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 아니니 혹여 이 부분에 대한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정치적 자유주의, 문화적 자유주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