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환 Jul 21. 2022

어느 것도 숭배하지 말아라

숭배는 이성의 종말 


반복하는 말이지만, 민주진보 리버럴들은 68혁명 그 난리를 치르면서 그동안 성역화되고 숭배되어왔던 무수히 많은 만신전의 신들을, 황금 송아지들을 가차 없이 때려 부숴버렸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 신을 향한 충정, 계급에 대한 복종, 왕과 황제에 대한 헌신 등등.. 그들은 이 세상엔 그 어떠한 신(神)도 존재하지 않으며 정신문화 관념적으로 이 세상엔 오직 극한의 회의와 염세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민주진보 리버럴 그들 자신도 그러한 극한의 염세를 견뎌낼 만큼 정신적으로 충분히 강인하진 못했던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이 청소해버린 그 만신전의 빈자리를 페미니즘으로, 정치적 올바름으로, 마약과 섹스에 찌든 방탕한 삶에 대한 숭배 등등으로 다시 채워 넣고야 말았다. 필자가 그들에게 실망하게 된 바로 그 지점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반복해 왔던 바 있다. 그리고 대안우파가 나왔다.


대안우파들에게 내려진 어떠한 역사적 사명 같은 게 있다면, '변절자 리버럴들'이 다시 채워 넣어 버린 만신전의 황금송아지들(페미 피씨 등등)을 다시 철저하게 때려 부수고, 70억 인류를 아무것도 숭배할 대상이 없는 철저하게 외롭고 자살하고 싶을 만큼 쓸쓸한 황야 사막 한가운데로 처넣어 버리는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대안우파들 역시도 그렇게 강인하지 못했다. 이들은 리버럴 만신전의 황금송아지들을 때려 부숴놓고선 그 빈자리에 리버럴들이 이미 청소해버렸던 과거의 황금송아지들을 다시 찾아 채워 넣는 우를 범해버린 것이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정, 성별과 계급 차이에 대한 순종, 왕과 황제를 향한 복종, 순결한 삶에 대한 칭송 등등.. 


개 같은 쓰레기들....


...



최근 필자는 인간에게 있어서 '무언가를 숭배하고픈 욕구'가 성적 욕구를 가뿐히 능가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마치 '특정 대상에 대한 숭배'가 인간의 삶의 목적인 것처럼 말이다. 무언가 숭배의 대상을 정해놓고 이에 헌신/복종하며 살고 싶은 욕구 말이다.


문제는 그 욕구의 파괴성이 성적 욕구의 파괴성을 가뿐히 능가하고도 남는다는 점에 있다. 방탕한 성적 욕구는 기껏해야 전염병 확산 내지 원치 않는 생명의 탄생 정도의 위험을 내포하지만 '숭배'의 욕구는, 작게는 개개인의 삶을 아작 내놓으며 크게는 한 나라 전체를 불태워 버리는데 이 과정에서 보통 수백 수천만의 인명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이 '숭배의 욕구'는 철저하게 억압되어야만 한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들도 '숭배'를 받아야 할 만큼 수학적으로 완벽한 존재는 없었다. 페미니즘도, 민족주의도, 사회주의도, 자유주의도, 바티칸의 저 근엄한 성당들도..! 


때문에 숭배 현상이 일어나려면 완벽하지 않은 대상을 완벽한 것처럼 꾸며야 하는데, 그 꾸밈이 탄로 나는 걸 막기 위한 과정에서 수백 수천만이 희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헠헠... 무언가를 숭배하고 싶어! 제발 내게 숭배할 대상을 내려줘! 제발 내게 황금송아지 신을 보여줘!"


하지만 그렇게 억지로 급조된 황금송아지는 언제나 항상 오류와 결함 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다시 말 하지만, 모든 인류는 그 어떤 숭배의 대상도 없는, 죽고 싶을만치 쓸쓸한 '실재의 사막'을 그저 담담히 걸어 나가고 살아나가야만 한다. 그 쓸쓸함과 외로움을 견뎌 내야만 한다. 물론 일부는 이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삶을 포기해 버리기도 하겠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지독한 염세의 사막 속에서 차분히 수행을 해 나아갈 뿐.  


"수행의 길에서 부처(숭배의 대상)를 만나거들랑, 그 부처를 죽이고 계속 가라."



그렇게 차디찬 폭포수 아래서 찬 물을 들이받으며 외로이 수행을 하다 보면 


언젠가 극한의 자유에 이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도가에서 말 한 신선의 경지이며, 불가에서 말 한 해탈의 경지이다. 그 어느 것도 숭배하지 않는, 그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극한의 자유 말이다.


아마 당신이 찾는 예수 그리스도 역시 그 외로운 길 끝에서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여성의 섹스권력-정조의 반전현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