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들도 그렇다던데?
이 전에 쓴 "페미랑 출산율은 음의 상관관계"글(https://brunch.co.kr/@pmsehwan/637)은 어떤 안페들의 주절거림에 기반해 나온 글이 아니다. 저 글의 기원은 모 페미니스트의 발언이었다.
"솔직히 페미니즘이 출산율에 악영향인 면이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페미 이전의 여성들은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폭압, 이를테면 독박출생 독박육아와 같은 부당함을 묵묵히 감내해 주었는데 페미 이후의 여성들은 그렇게 안 해주니까. 너희 남자들은 이 상황이 고까울는지 모르겠으나 어쩔 수 없다. 출산율 추락으로 사회가 붕괴하건 어쨌건 우리 여성은 그동안 못 받아온 정당한 몫을 요구할 것이며, 출산율 어쩌고 떠나서 지금까지처럼 부당함과 억울함을 그냥 감내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아주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인상 깊게 본 글들의 모든 출처를 그렇게 철저히 보관해 두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저 글의 정확한 내용과 출처를 공개하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페미니스트들이 저런 류의 발언을 했던 게 어디 한둘이던가?
사회가 우리 여성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기에, 우리 여성은 비연애 비결혼 비섹스 비출생 4비 파업을 통해 너희에게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류의 이야기. 솔직히 엄청 많이 나왔었잖아? 어디 한둘이야? 이 말을 "출처가 없어서 못 믿겠다."라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거짓말쟁이이거나 원시인일 것이다. 페미건 안페건 오늘날 젠더 문제에 발 좀 담갔다는 치가 '저 발언'을 여태껏 '한 번도' 접해본 일이 없다는 말을 한다면 이를 누가 믿어주나?
'그런 발언들'은 필연적으로 '우리 여성'이 '우리 여성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이용해 사회의 결혼과 출산율에 의도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애초에 '파업'이라는 말의 의미가 뭔데? 전장연 지하철 시위의 도의적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전장연의 시위가 대중교통 운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라는 명제 자체는 맞는 거잖아? 이게 그렇게 이해하기 어렵나?
이 문제의 해결법이 전통주의건 페미 요구 수용이건 무엇이 되었건, "여성들의 발언권과 영향력 증가가 출산율에는 악영향을 주는 면이 있다."라는 명제가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가?
그리고 "이젠 남자들도 거부한다."라는 반론도 페미 기원론으로 어느 정도 포섭 가능한 게, 페미니즘으로 인해 여성들이 요구하는 '값'이 올라가고, 더 이상 '그 값'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남자들이 연애-결혼-섹스-출산을 거부하게 되었다고 설명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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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페미랑 출산율은 음의 상관관계"라는 필자의 이론은 어딘가 어긋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전제를 필요로 한다.
뻑하면 "우리 여성은 우리의 영향력을 이용해 4비파업을 하며 사회에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는 중이다."라는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가 자의식 과잉에 의거한 헛소리라는 걸 인정하면 된다.
이를테면, 애초에 '4비 현상'이라는 자체가 페미니즘 영향력과는 개뿔도 상관없이, 그저 경제적 요인에 의거하고 있을 뿐인데 일부 자의식 과잉 페미니스트들이 자신들의 사회 영향력을 과신하여, 이 현상이 마치 페미니즘적인 문제의식에 기반했으며 자신들의 파워로 만들어 낸 결과물인 양 떠들어대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그걸 인정할 수 있다면, 나 역시 나의 이론이 어긋났음을 쿨하게 인정해줄 수 있다. 일부 자의식 과잉에 빠진 정신 나간 페미니스트들의 '4비파업론' 주장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한 실책이었다고 말이다.
추가로
노동인권 개발살내고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기업의 이윤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 주어선 안되며
민주주의 개발살내고 총살 고문 넘치는 전체주의로 나아가는 게 치안 안정과 국가의 빠른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선 안되며
여성인권 개발살내고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치부하는 전통 보수주의를 따르는 게 출산율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선 안된다는 게
나의 입장이다.
솔직히 필자의 근래 글들을 봤으면 필자가 '전통 보수주의'를 얼마나 혐오/증오하는 지 잘 알텐데..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