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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31. 2022

누가 가장 비참했던가?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이 부조리한 현대적 자유체제 속에서 자기만큼 비참한 사람은 없을 거라던 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매번 자유와 인간 중심 사상이 사람을 타락시켰고, 고로 우리는 종교적 신성과 경건함이 넘처나던 봉건적 질서로 회귀해야 한다 말하곤 했다. 혁명이니 세계 정화니 어쩌니.

하지만 '그랬던' 이들이 언제나 '그 상태로' 남아있던 경우는 없었다.


'그랬던' 이들은,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돈 잘 벌고 양주 빨고 양 옆구리에 여자 끼는 삶들로 넘어가


"그... 머시냐, 뭐, 생각해 보면 이 체제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던 거 같아. 생각해 보믄 노력한 만큼 다 보상이 있는 세상이야.. 뭐, 그렇게 삐딱하게만 볼 필요가 있었나 싶다..(긁적긁적)"


"그.... 살다 보니까 그냥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거더라ㅎㅎ;;"


따위의 말들로 자신들의 빈곤한 가식과 가벼웠던 기만질을 애써 고해하려 하곤 했다.


...


그렇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비참했던 '비참 배틀'의 승리자는 언제나 항상 나였던 걸로 결정지어졌다. 자신보다 더 비참할 수는 없을 거라 그토록 자신했던 이들도 결국 내게 (한 번도 원한 적 없었던..) 처량한 승리만을 남겨둔 채, 성공한 패배 한 점씩을 들고서 그렇게 다들 내 곁을 떠나갔던 것이다. 


"이제 나이가 몇 갠데 넌 아직도 그러고 있냐.. 철없는 독야청정 놀이 같은 건 너도 이제 정리해야지ㅉㅉ" 



그렇게 부질없는 승률을 올리고 나면 나는 더 이상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몰락한 마을 쓸쓸한 놀이터 그네에 홀로 걸터앉아 다시금 비참한 체제의 낙오자를 자처하는 이들을 기다리곤 했다. 자신이 가장 비참한 이라는 그 말들이 정녕 사실이라면, 정녕 그들이 내게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면, 그 사람만큼은 날 떠나지 않을 테니까. 같잖은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라던가 그런 '같잖은' 이유 말고.


물론 언제나 같은 엔딩들이 반복되었고 그렇게 냉소감만 쌓여갔더랬다.


'쟤는 얼마나 갈까? 한 6개월? 1년?'


말이나들 못 하면 밉지나 않지..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마음이 풀어져야 그걸 열반, 해탈이라고 한다.

내가 가지지 못해서 '그랬다'가 가지고 나서 풀어질 마음이면 그런 건 열반도 아니고 신념도 아니고 그저 하찮은 열패감일 뿐.


...


버려진 자들을 모아 작은 공동체를 만들고픈 마음이 있었다. 

이젠 잘 모르겠다. 나도 그냥 다 내려놓고 이제 그냥 편해지고 싶다.

여하튼 분명한 건, 역시나 삶은 고(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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