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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Sep 06. 2022

자유주의 정치의 모순에 관해..

근데 자유주의 '만' 모순일까..

모든 사상은 실물 정치에 반영되면서부터 소정의 모순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상 자체에 내재된 모순이건, 그 사상을 실천한다는 이들의 실책이 만들어낸 모순이건 어느 쪽이건.

그리고 자유주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러 바리에이션이 존재하는 사상이 자유주의지만, 그 시작은 "절대적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거나, 설령 존재한다 해도 인간은 그걸 알 수 없다."라는 시니컬한 전제였다. 절대적 옳고 그름을 어느 누구도 제시할 수 없기에, 사회에서 어느 한 입장이 절대적 위치에 올라가선 안되고 여러 입장들이 공존하며 그렇게 나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그 '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 하는 나라들의 현실을 보라. 그 나라들에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옳고 그름을 논하는 무수한 정치적 싸움이 일어나고 있으며, 소위 '악인'이라 하는 이들이 법의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그 좋은 자유주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하는 나라들을 악마화하고, 적대하고, 비난한다. 

세상에 그 어떤 옳고 그름도 없다면서 어떻게 이런 현상들이 일어날 수 있는가? 모순 아닌가?


그렇다! 자유주의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칼 슈미트'적인 문제제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자유주의의 전제를 포기하고 하나의 정답이 존재한다고 믿는 전체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입장으로 선회함으로써 비로소 지긋지긋한 '모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쉽지 않을 것이다.



자유주의는 모순이기에 이를 거부해야 한다면, 그 반대항으로써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길은 '절대적 옳고 그름의 설정'이 될 수밖에 없다. 절대적인 옳음이 설정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이들은 탄압을 각오해야만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관점으로 들어갔던 모든 정치적 실험들이 죄다 실패로 끝났다는 거겠지. 


자유주의적인 방만함(?)에 질려 절대적 진리를 설정하는 정치로 방향을 선회했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그 '절대적 진리'에 도달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절대적 진리가 될 수 없는 어떤 관점을 절대적 관점으로 포장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폭증하는 내부 모순들을 감당해내지 못한 채 모두 정치적 파산을 맞이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래, 지금 당장 '완벽한 절대 진리'를 제시하지 못하겠다면 그는 자유주의의 불가지론적인 입장을 모순이라고 말 해선 안된다. 이를 모순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 자신이 또 다른 모순을 범하는 게 되어 버릴 테니까.

그리고 이야기는 이렇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절대적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거나,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도 인간은 이를 알 수 없다."


...


어느 누구도 절대자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크고 작은 싸움들은 계속된다. 누군가 승기를 잡았다가도 이내 그 패권을 상실하고, 그렇게 혼파망(?)은 계속된다. 요태까지 그래와코? 아패로도~ 케속! 

아마 (정치적) 자유주의자도, 권위주의자도 이 부분에 동의할 것이다.


사실 정치에서 자유주의와 권위주의의 싸움은 절대적 진리의 여부보단 이 크고 작은 혼파망 싸움들의 '룰'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더 진지하게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그 싸움이 최대한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공론장에서의 토론과 합의, 선거와 같은 방법 말이다.

반면 권위-전체주의자들은 폭력과 불꽃에 의한 방식을 더 선호하곤 한다. 폭력과 불꽃으로 끝없이 서로 죽고 죽여 나아가는 상태, 그것이 인간의 진정한 본질이라고 말이다.(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이야기 자체에 자유주의적 불가지론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절대적 진리를 통한 궁극의 정(靜)적 상태 도달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니까..)



어차피 싸움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승자와 패자가 나뉠 수밖에 없다면 

그 방식은 최대한 평화적인 게 좋지 않을까? 어째서 평화적인 방식보다 폭력의 방식이 더 좋을 수 있는가?


+절대적인 진리를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정답'을 설정해야만 한다.. 공산주의자들 역시 이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이를테면 필자의 '좌파 철학하는 친구'도 그러했다. 

이 친구는 옳고 그름을 대충 합의 보는 자유주의의 방식도, 폭력으로 결정하는 전체주의적 방식도 모두 틀렸다고 보았다. 옳고 그름은 똑똑한 사회주의 엘리트들이 어렵고 복잡한 미적분 공식들을 통해 도출할 것이며 남은 인민은 이에 따른다. 그게 바로 좌철자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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