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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Sep 15. 2022

르상티망, 반서방주의, 그리고 러시아

반서방주의자들의 르상티망 정서


정치 사회 논의의 장에서는 최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말하려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정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성과 논리보다는 '정서'라는 게 본인의 오래된 지론이다. 주로 어느 대상에 대해 '르상티망(원한 감정)'을 느끼는가 하는 여부에 따라 그 사람의 정치성향이 결정되곤 한다. 


약간 심리학 느낌 나게 말해 보자면, 사람은 감정적 원한의 대상이 있고 난 뒤에 그 감정을 합리화시킬 만한 논리체계를 '개발'한다. 그리고 어쨌든 둥, 어떤 식으로 건 그 대상에 복수하는 걸 정치적 목표로 삼는 거지. 해방, 처단, 응징 등등


정치가 돌아가는 이런 식의 메커니즘은 그 근원이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기 때문에 부당하며 한심한 일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를테면, 필자 역시 페미 피씨들에게 르상티망을 가지고 있으며 이 감정을 해갈하길 원한다. 


필자가 소위 말하는 '온건 페미'들과 가장 안 맞았던 부분이 여기였다. '온건 페미'들은 젠더갈등이 안티페미들의 한풀이 없이 가능한 한 조용히 잊히길 원했다. 필자는? 당연히 안티페미 아서플랙들의 원한 풀이 감정 해소 그 거창한 '응보 이벤트' 한 점 없는 젠더갈등 해갈은 받아들일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그랬다.


('감정적 응보'를 중시하는 필자의 마인드는 필자는 사법관에도 영향을 끼쳤다. 필자는 종종 피해자의 감정적 응보와 카타르시스에 중점을 둔 엄한 처벌을 추구한다.)


많은 이들이 '감성 정치'는 옳지 않다고, 자신들은 오직 이성만을 추구하는 냉철한 이성주의자라고 어필하려 해 왔지만 결국 그들 역시 모종의 감성 추종자들이었음이 밝혀지는 데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완벽한 AI의 통치가 아닌 이상 인간의 정치는 결국 감성, 정서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설령 완벽한 이성주의자가 있다 한다면, 그는 결코 훌륭한 '정치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정서를 이해하는 능력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질이기 때문인데, 히틀러가 정치 괴물이었던 건 당시 시대 밑바닥 독일인들의 비합리적인 정서를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


러시아를 지지하는 이들에겐 여러 가지 다양한 정치적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ex : 극좌에서 극우까지..) 그 모든 이들을 꿰뚫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반서방주의'이다. 그래, 러시아를 지지하는 이들은 미제 침략자와 서방세계를 향한 뿌리 깊은 감정적 원한 의식(르상티망)들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그들은 설령 러시아의 승리와 러시아의 득세가 전체 인류의 밝은 내일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을지라도 여전히 러시아의 승리를,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미제와 서방 '자유진영'놈들이 보기 좋게 한 방 처 맞기를 제법 간절히 원한다. 지금까지 근 이백 년 간 별 다른 타격 없이 승승장구만 해 온 미제와 서방 놈들이 한 번 즘은 역사의 응징을, 응보를 당하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이 감정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


J라는 특이한 친구가 있다. 이 사람은 서구식 자유민주 체제가 한계에 봉착했고 현대 중국의 어떤 행정적 장치들이 이 자유민주 한계를 넘어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정말 진지하게 믿고 있다. 때문에 그는 중국에 호의적으로 보이는 의사표출을 자주 하며, 이 부분이 북중러를 신봉하는 반서방주의자 그룹 사람들에게 어필(?)되어 그들과 많이 엮이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 '반서방주의 그룹' 사람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건데, 애써 따지자면 J는 차라리 박세환에 더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 하지만 정치에서 편을 정하는 데 중요한 건 이성보다는 감성이고 정서이다. 그리고 J는 중국의 어떤 행정 장치들에 '이성적인' 흥미를 느낄지언정, 반서방주의적 감정, 정서는 공유하지 않는다. 


그는 반서방주의자들이 가진 서방 자유진영을 향한 '르상티망'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게 일전 고X우와의 만남에서 제법 험악한 장면들이 연출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J 씨는 러시아나 반서방주의에 일절 공감을 표하지 않았고, 그런 거 차라리 망하는 게 낫다는 식으로 질러버렸거든ㅇㅇ


..반서방주의 특유의 그 르상티망 정서를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은 반서방주의 그룹과 함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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