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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Oct 02. 2022

반공 동맹 해체와 권위주의 커밍아웃

당신들의 용감한 커밍아웃을 응원합니다.

"같은 우파 동료였는데 언제부턴가 NL처럼 반미 소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죠?"


심심찮게 접하는 소식들이다. 3년 전 필자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경고했던 어떤 현상들이 실체화되는 중인데, 고작 3년 전만 해도 필자의 예언(?)은 과대망상으로 취급받았었더랬다..




2차 대전 시기만 해도 세상은 세 개의 거대한 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자유민주 그룹, 공산주의 그룹, 그리고 권위-전체주의 파쇼 그룹. 


다들 알다시피 권위-전체주의 그룹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했지만 그렇게 완전히 소멸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세계대전 패배 이후 권위주의 모델은 냉전의 '주변부'로 밀려났지만 제3세계 저개발 국가들에선 여전히 꽤 괜찮은 모델로 각광받았고 그렇게 이들은 자유민주와 공산주의 진영 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간간히 연명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전후 냉전기 한국을 지배했던 통치질서는 박정희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모델이었지 딱히 자유민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공산주의라는 거악에 맞선다."라는 명분 하에 큰 틀에서는 서방 자유민주진영에 협조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도 자유민주의 일종이다!"라고 떠들어대곤 했다. 지난 수십 년간 수도 없이 조롱당한 바로 그 'K-자유민주' 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스스로도 너무 이상한 거야. 박정희-전두환이 그러했듯 자기들은 민주주의적인 절차 같은 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군사독재 그런 거 좋아하고, 남자는 남자여야, 여자는 여자여야 한다 생각하고, LGBT는 그냥 패 죽여야 한다 생각하고, 엄격하게 통제된 세상 좋아하고, 강한 남성성, 제복을 입은 무리가 발맞춰 행진하는 장면 그런 거 보면서 희열 느끼고..


.. 이게 '자유민주' 맞아??


자유민주-권위주의 동맹을 가능케 했던 공산주의라는 거악도 이젠 한 물 간 옛 말이 되고, 이제 더 이상 '반공 동맹'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권위주의 계열 우파들 사이로 급속히 퍼져 나가기 시작했는데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범 세계적인 현상이다.(당연히 러시아의 푸틴 일당이 이 현상을 부추겼음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 '권위주의 우파들'은 솔직해지기 시작했다. 애써 몸에 맞지도 않는 '자유민주'라는 명찰을 억지로 달고 다니며 세간의 조롱을 받아온 지난 수십 년의 흑역사를 청산하고, 그냥 자신들을 권위주의 라인이라는 독자적인 축으로 소개하면서 당당해지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라인의 든든한(?) 뒷 배인 러시아와 푸틴을 지지하는 거지.


(단순히 페미 피씨가 싫다는 이유 정도로 러시아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러시아를 지지한다는 건 단순히 반페미 반피씨를 넘어 자유민주라는 체제 자체를 거부한다는 의미이다. 한물 간 공산주의 계급독재 라인을 계속 지지하는 사람이건, 새롭게 부활하는 권위주의 라인을 지지하는 사람이건..)    




나 역시 한동안 이 현상을 두렵게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 생각이 조금 바뀌는 중이다.


필자는 매번 '아서 플랙 박세환들'이 흑화-파쇼화 되는 현상을 경계한다고 말해 왔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어떤 이유에서건 '그런 사람들'은 계속해서 각양각색의 이유로 존재해 왔다. 막말로 박정희-전두환 체제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났겠냐고. '그런 걸' 원 하는 이들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그런 체제'가 지구촌 곳곳에서 유지, 존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요가, 니즈가 있으니 공급도 계속 있었던 거지.



다만 지금까지는 그들이 스스로를 '자유민주'라는 웃기지도 않는 명찰로 소개하며 친서방 진영에 붙어먹으려 했었다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었던 거다. 지금 범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그 현상'은, 4 사분면 권위주의 우파들이 드디어 자유민주가 아니라는 자기 정체성을 다시 되찾아 가는 현상인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오히려 더 바람직해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흑화 된 게 아니라 바람직한 자기 정체성들을 되찾고 있는 거라고. 


물론 여전히 아직도 자신을 '자유민주'라고 소개하려 안간힘을 쓰는 '4 사분면 권위주의' 친구들이 존재하는 모냥인데, 이제는 그쪽이 더 안쓰럽다. 막말로 민주주의 싫어하고 박정희 전두환 그런 거 좋아하고, 남자는 남자여야, 여자는 여자여야, LGBT 때려 죽여야, 이런 거 좋아하는데 그게 왜 '자유민주'야?ㅋㅋㅋ


"아, 아니야! 나는 파시스트 그런 게 아니야!ㅜㅜ 나는 '자유민주'야! 나도 '자유민주'라고!ㅠㅠ"


... 이제 그만 내려놓으세요ㅎㅎ 님은 단 한 번도 '자유민주' 였던 적이 없어요. 이제 가야 할 길을 가시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세요. 당신의 용기 있는 커밍아웃을 응원하겠습니다.



+태극기 하던 할배들 사이에서 "마! 따지고 보믄 양키놈들보단 스스로 박정희 님의 후예를 자처하는 푸틴 이노마가 우리한테 더 잘 맞지 않나!"이런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고 한다. 

이제 조만간 태극기와 성조기가 아닌, 태극기와 러샤기를 든 '보수우파 시위대'가 광화문 광장을 가득 매우고 이석기 일당과 함께 반미구호를 외치는 날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참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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