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환 Nov 01. 2022

다시 돌이켜보는 세월호의 기억

정권타도의 여론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던 요인들


이태원 참사가 세월호 이래 최대 참사였던 탓에, 세월호 이야기도 이래저래 다시 나오고 있다. 


사실 그동안 대형참사는 많이 일어나 왔었지만 그 참사들이 전부 정권 규탄의 여론으로 이어졌던 건 아니었다. 물론 사람이 백 단위로 죽어 나가는 사건이 발생하면 의례적으로 정부 관계자들이 나와 고개를 숙이고 국정감사 나오고 관련 부처의 징계가 이루어지고 그랬지만 정권 규탄의 여론 폭풍으로까지 이어졌던 건 아니다. 그냥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해 왔지. 


그런 의미에서 사고가 정권 규탄의 여론 폭풍으로 이어지고, 결국 탄핵까지 나아갔다는 점에서 세월호는 좀 특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익우파들은 "그건(세월호로 인한 정부 비토 여론) 다 빨갱이들의 수작질 때문이었다!"라고 말하려 하지만 단순히 '수작질'만 가지고 그런 여론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간단하게, '세월호'는 좀 그럴 만했다.




세월호에 이상이 감지된 건 오전 8시 50분경이었다. 배가 변침하다가 갑작스럽게, 한방에 45도 기울어져버렸다.(이 원인을 두고 별의별 음모론들이 성행했다는 건 말할 것도 없으리라..) 그리고 9시가 넘어선 "뭔가 사고가 났다던데?"라는 이야기가 이미 언론을 타게 된다.


심상찮은 일이 일어났음을 9시부터 전 국민이 다 알게 되었는데, 당연히 그 시점에서 탑승객들은 다 살아 있었다. 이제 테마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저 거대한 철 덩어리 감옥 속에서 끄집어내는가의 여부였지.

그런데..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라는 걸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었던 시점부터 배가 머리만 남기고 완전히 꼬르륵 해 버리는 그 한 시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아무것도 못했다.


뭔노무 해경이니 군함이니 헬기니 머니 세월호라는 그 철 덩어리 박스를 빠글빠글하게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공권력이라는 새끼들은 발만 동동 오토케드나 찾으면서 그 철 감옥이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때까지 아! 무! 것! 도! 못 하고 있었다고. 지 발로 죽자 사자 헤엄쳐서 빠져나온 사람들 건저 내는 거 말고는 말이지. 


선장이 탈출명령 안 내리고 즈 혼자 빠져나온 게 XXX라 치자! 그럼 그 이후에 상황 인계받은 느그 공권력들은 배 넘어가는 한 시간 반 동안 다 뭐 했는데? 어? 다 뭐했어!



뭐? 배가 45도 이상 넘어가는 시점에서 탈출을 못 했으면 현대 기술로는 그 안의 것들을 끄집어낼 방도가 없다고? 그럼 앞으로도 그런 거대 함선이 45도 기우는 어떤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45도 기울 때까지 탈출 못 한 사람은 그냥 그 속에서 서서히 죽는 수밖에 없다는 거네? 밖에 사람들은 안에 사람들 다 죽는다는 거 알면서도 십자가 매달린 죄수 서서히 죽는 거 구경하는 마냥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건데 이게 말이야 방구야? 지금 쏘우 찍냐? 


이게 오죽 답답했으면 세월호 인신공양 음모론까지 나왔을까!


결과적으로 본의 아니게 300명의 생명이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그 무력한 죽음의 쇼를 오천만 명이 실시간으로 강제 감상해버린 꼴이 되어 버렸고 이게 전 국민적 PTSD를 만들어냈다. 정부는, 공권력은 대체 뭘 했는가! 그런데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잠수 타고 있었네? 이게 결정적이었지.. 대통령 넌 7시간 동안 어서 뭐 하고 있었어!


... 정권이 바뀌고 '그 7시간'을 죽도록 털어댔는데도 정확한 진실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뭐 사생활 무언가가 있었다는 음모론 썰만 있는데, 여튼 이 7시간에 대한 끈질긴 함구가 박근혜를 향한 증오를 더욱 키웠음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좌빨들' 설치는 거 막겠답시고 일베충들이 더 설치고 다녔던 게 화를 많이 키웠다. 사고난지 일주일도 안 돼서 커뮤마다 "야! 그깟 사람 몇 백 명 디지는 게 대수냐? 좌빨 감성팔이 엌ㅋㅋㅋ" 이런 글들이 도배되기 시작했는데 이게 오히려 엄청난 역 효과를 만들어낸 거지.



여하튼 세월호가 정권 규탄의 여론까지 이어진 건, 사고 그 자체보단 사고 이후의 일들이 사람들을 더 화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사고가 일어나게 된 구조적 원인이나 안전불감증 같은 건 마땅히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그것만 가지고 정권 규탄의 여론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제천과 밀양 참사가 (취임한 지 1년도 안된) 문재인을 향한 규탄여론으로까지 크게 번지지는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이태원 사건이 세월호 때처럼 정권 규탄의 여론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세월호처럼 정권 규탄의 특수성을 가지려면, 단순히 사안의 참담함을 넘어 일반 평범한 사람들 입장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무언가 명백하게 의뭉스럽고 괘씸한 부분(ex : 아직까지도 미스터리인 세월호 7시간의 행적과 관계기관의 구조 방기 현상)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이태원 참사에도 그런 게 있는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태원 사고가 세간에 알려진 건 오후 11시 30분경인데, 이미 사람들을 어떻게 살려볼 수 있는 시점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이태원 참사는 '5천만이 전부 지켜보는 가운데 한 명 한 명이 서서히 죽어갔던' 세월호 때에 비하면,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진행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대중정치에서 활용되는 용어들의 의미와 분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