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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Nov 08. 2022

배제된 자들의 분노

'모두의 축제'는 분명 아니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눈여겨볼 점 중 하나는 피해자들을 향한 연민을 거부하는 이들이 다른 참사 때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세월호 때 희생자 욕하는 건 그냥 미친 일베충 뿐이었는데, 지금 희생자를 비난하는 이들은 결코 소수의 미친 일베라 볼 수 없다는 거ㅇㅇ


"갸들 놀다가 죽은 건데 왜 애도를 강요함? 내가 죽임?"


윤짜장 지지하는 노년층에서 나오는 반응으로 퉁칠 수 없다. 젊은 사람들 중에도 많다.


'그들'에 대한 비판은 지난번 글에 많이 했고, 이번엔 다른 관점으로도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

마약과 섹스와 쾌락의 소위 '인싸 문화'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졌다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희생자들이 다 "그랬다."는게 아니라, 핼러윈과 이태원이라는 시공간이 가지는 인싸스러운 이미지 같은 것 말이다.


젊은이들의 놀이문화로 이해해달라 하지만 그 시공간에 참여할 수 없는, 초대받지 못한 채 그저 참여자들을 질시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박세환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래, 그건 분명 '모든 젊은이들'의 문화는 아니었다!




지난번 글에도 밝힌 바 있지만, 내가 '그 세계'에 포함될 수 없다 해서 '그 세계'의 피해자들에게 조롱과 비난을 날리는 건 '도의적으로' 옳지 않을 것이다. 똑같은 관점에서, '그 세계'의 참여자 입장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박세환들'을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역시 옳진 않겠지. 응? 누가 언제 느그들 욕한 적 있었냐고? 


생각해봐라. 대중문화 속에서 그간 '박세환'이나 '아서 플랙'들이 어떻게 묘사되어 왔는지. "너도 좀 나가!"라며 소리 지르는 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할 것이다. 



아무렇게나 때려도 되는 존재. 인권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 아무도 실드 쳐주지 않는 존재. 손쉽고 무난하게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하기에 좋은 존재.


(같은 찐따라도 여자 찐따의 경우 페미니즘 담론으로 상당 부분 보호받는 경향이 있다. 많은 여찐들이 페미니즘에 매혹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일 것이다. 너의 잘못이 아닌, 여성을 외적 아름다움으로 평가하는 더어러운 냄져 가부장제의 부당한 폐단이었던 거 웅앵웅. 반면 남자 찐따의 경우 이를 옹호해주는 담론이 정말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대안우파세계에 끼여서 거기서라도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어보려 무진장 애쓰고 있을 뿐인데, 영화 '조커'가 그렇게 엄청난 파급력을 가졌던 건 '그들의 입장'을 일부나마 반영해 준 최초의 정신문화관념적 시도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 하지만

참사의 희생자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게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면 

축제에 참여하지 못하는 '박세환들'을 손쉽게 무시하고 조롱해 온, 또 그렇게 하면서도 그간 그게 인권적인 측면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어느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었던 현실도 '도의적으로' 옳지 않았다.


그러니까 결론은 

'우리'를 향한 그 만연한 조롱의 문제성에 대해 지난 수 십 년 동안 한 번도 진지하게 고찰해 본 적 없었던 느그들이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냉정/희화적인 반응들에 대해서 '도의적인 문제' 운운하는 작태도 따지고 보면 존나 웃긴다고요..


지금은 그냥 '죽은 인싸들'을 비웃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 언젠가는 '그 재미있는 죽음'을 직접 만들어내려 조커마냥 설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자유분방한 섹스를 미화해왔던 지난 수십 년간의 신좌파 리버럴 자유주의 풍조 속에서 '누가' 가장 많이 배제돼 왔었는지를 세상이 깨달을 때가 되면, 이미 많은 게 늦어있을 것이다.


안 올 거 같냐? 미쿸에서도 미친놈이 한번 대통을 먹었고 우크라에서는 전쟁이 터졌는데 이탈리아에서는 무려 '무솔리니의 후예들'이 다시 집권을 했다. 


... 세상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미치고 있다. 

아 오해는 하지 말자. 나도 그걸 원하지는 않았으니까.



+가장 최악의 관성적인 반응은, 애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들' 전부를 광의의 일베충 운운하며 퉁 쳐 버리는 것이다. 민주진보 리버럴들은 그렇게 꾸준히, 지속적으로 적을 늘려왔고 이제 대안우파들은 민주진보 리버럴을 위협할 만한 거대 대중 세력으로 성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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