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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04. 2023

두긴 책 '지정학의 기초' 서평

서구 자유민주주의 진영은 그렇게 허접이 아니에요..

세계 대안우파들의 바이블이라던 '지정학의 기초'를 읽고서


무언가 장황~한 태클을 잔뜩 걸려다 다 지우고..

..대안우파 진영을 향해 언제나 가하는 비판 그대로, 얘들은 '총론'이 없어.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이용하려 유라시아 대륙의 무수한 나라들이 러시아를 중심으로 뭉치게 하고, 그렇게 '유라시아제국'을 형성하여 대서양질서(미쿸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맞서야만 한다!


... 왜?

왜 그래야 하는데?


어마어마하게 장황한 '지정학적 전략'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대체 왜 대서양질서(자유민주주의체제)를 물리쳐야' 하는지, 그게 유라시아대륙 수십억 인간의 삶에 대체 무슨 이득을 가져다주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공란으로 남아있다. 

그러니까 '대서양질서'가 붕괴하고 북중러+이의 주가가 더 상승되는 세상이 대체 '인간'에게 무슨 '이득'을 주냐고.


3 사분면 공산주의 진영이라면, 자본주의를 가장 잘 해체한 걸로 유명한 마르크스의 이론을 통해 그 이유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두긴과 대안우파들은 '3 사분면 공산주의' 아니잖아? '4 사분면 전통 권위주의'에 더 가깝잖아? 


그리고 언제나 반복되는 '4 사분면 전통 권위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체계적인 철학적 기반의 결핍이다. 

'4 사분면'들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어떻게 인간에게 해로우며, 왜 인간은 이를 극복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자본론'수준의 체계적인 이론을 내어놓지 못한다. 때문에 그들은 종종 명백하게 다른 정치적 진영인 구좌파들에게 지적으로 기생하며 그들이 가진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유물론적 비판 방법'을 임대해 활용하곤 하는데 이는 아무리 잘 나가봐야 내 집이 아닌 전셋집일 뿐이다.





두긴이 '지정학적으로는' 꽤 그럴싸 한 분석을 내어놓았음에도, 우크라이나에서처럼 '그 계획'이 생각처럼 잘 이행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그럴싸 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 전략의 무대가 되는 유라시아 지역의 수십억 인간들에게 "왜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거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북중러+이'보단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심성적으로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당연히 러시아보단 미쿸과 대서양질서에 더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 상황은 우러전쟁 발발 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두긴이 그렇게 많은 지면을 할당해 가며 '반드시 아군으로 포섭'할 것을 요구했던 독일과 일본 두 나라는 전쟁이 터지자마자 러시아의 손을 뿌리치고 서구자유주의 진영의 손을 잡아버렸다.


결과적으로 (적어도 러시아의 예상보다는..) '더 많은' 지원이 우크라이나로 들어갔으며, '더 적은' 지원이 러시아로 들어간 것이다. 이게 전체 국력에 있어 러시아의 1/10도 되지 않는 우크라이나가 아직까지도 러시아를 상대로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며, 이는 어떤 식으로든 두긴의 바람도, 러시아의 바람도 아니었다.


다시 한번 말 하지만, 전통주의계열 반미주의자들이 대서양질서(미쿸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진정으로 무너뜨리고 싶다면, 이들은 토탈워 게임 공략집처럼 보이는 '지정학적 분석'에 매달리기보단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철학적 비판과 대안제시에 더 주력해야 할 것이다. 


막말로 썩어도 준치라고, 제3세계 난민들이 서구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북중러+이 전체주의 진영 중 보통 어디로 많이 감? 

이민시장에서 서구 자유진영이랑 반서방 전체주의 진영 중 어디가 더 인기있음?


이거 극복 못 하면 북중러+이가 서구 자유진영을 넘어가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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