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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22. 2023

개 고양이

유해한 동물과 무해한 동물

고냥이는 귀엽다. 개도 귀엽다. 여기서 질문. 그래서 '사람'도 귀여운가?


사람이 사람에게 '그냥' 이쁘고 귀여워 보이는 건 어린아이 때 한정이다. 성년이 된 후 생식 본능에 의해 서로 성적으로 끌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 역시 거의 대부분 가임기의 이성 한정이다.

손쉽게 손을 뻗게 되는 개나 고냥이와 달리, 성년의 인간끼리는 엄격한 상호 검증을 통해 서로가 어느 정도 입증된 후에야 조심스럽게 마음을 연다. 그 밖의 타인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경계'가 디폴트이며, 이 경계선을 허물고 누군가가 훅 찔러 들어올 경우 '사람'은 심하게 당황하게 된다.


사람은 동족도 아닌 개나 고냥이를 그토록 이뻐하면서도 정작 같은 사람끼리는 별로 그러지 않을까? 이는 유전적 동일성이 높을수록 서로를 더 친밀하게 여기게 된다는 기본적인 생물학 법칙(??)에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만물은 언제나 무수한 인과율로 얽매여 있는 법이며, 이유 없는 결과란 존재할 수 없다. 여기에도 진화심리학적인 이유가 있겠지.   


이를테면, 호모사피엔스 수 만년의 역사동안 개나 고양이 때문에 인생 X 된 사람은 거의 없지만 같은 사람 때문에 인생 X 된 사람은 넘쳤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건 아니었을까? 개나 고냥이가 아무리 말썽을 부려본들, 본질적으로 사람에게 '성가심' 이상의 큰 위협은 될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사람끼리는?


사람이 다른 혈족의 이라 해도 성인이 아닌 아이들에겐 별 다른 적개심을 보이지 않는다거나(위협이 안되니까)

개나 고냥이는 이뻐해도 쥐나 벌레들은 그켬하는 현상 역시 비슷한 진화적 관점으로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주로 어둡고 습한 곳에 서식하는 쥐와 벌레는 치명적인 병원균을 퍼뜨리며, 개나 고냥이는 이들을 공격하고 잡아먹는 습성이 있다.)



대부분의 생물종들이 사람의 번성으로 인해 치명타를 맞이한 것과 달리 개나 고냥이는 사람과 더불어 살면서 그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개나 고냥이가 사람에게 '무해' 하니까 가능했던 일이었다. 물논 오늘날엔 그 '통제할 수 없는 개체수 증가'가 생태계 균형 파괴라는 '간접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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