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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12. 2023

남성의 약자성

매듭을 지어야 할 문제


"세환님께서 페미니즘에 반대하실 때 남성의 약자성에 집중하시는 모습을 보이는 데 이는 종종 남녀 갈라치기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남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주제에 집중하심이 어떠신지요."


좌에서 우까지, 자유주의 안페에서 보수주의 안페까지 모두 한 번씩은 했던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약자성'을 포기하지  않는 필자의 입장을 말해 본다.




누차 반복하는 말이지만, 페미니즘은 문명사 5천 년 동안 오직 여성만이 피해를 보았고 남성은 그 여성의 피해에 올라타 수혜만을 누려왔다는 역사인식을 디폴트로 잡고서 그 기반 위에 이루어지는 사상이며 운동이다. 여성의 피해에 올라타 오직 일방적인 수혜만을 누려왔던 남성 전반을 향한, 역사적 단위의 보상 청구 소송인 것이다.


이러한 페미니즘을 상대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의 남녀 갈라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화합해야 합니다. 남녀 이제 그만 화합합시다."라고 말한다는 건, 저들이 내 건 가장 오래된 슬로건인 '일방적인 여성의 피해와 일방적인 남성의 수혜'라는 대목에 대해서 만큼은 할 말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누차 봐 와서 알겠지만,  '일방적인 여성의 피해와 일방적인 남성의 수혜'라는 대목이 무너지지 않고 계속 인식의 디폴트값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상에야, 저들은 결코 평화나 화친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방적인 여성의 피해와 일방적인 남성의 수혜'라는 도식을 방기한 채 평화와 화친을 말한다는 건, "지난 5천 년간 우리 남성이 너희 여성을 일방적으로 쥐어짜면서 부당한 수혜를 누려 왔지만 이 부분에 대해 더 이상 문제 삼지 말고 그냥 우리를 용서해 주세요 제발~ㅠㅠ" "소송 취하해 주세요. 이렇게 싹싹 빕니다. 반성문 적을게요.ㅠㅠ"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 역시 가만히 있는 여성들을 애써 자극하는 걸 원하진 않으며, 안페세계 친구들에게도 누차 이 부분을 강조해 온 바 있다. 가만히 있는 중립지대의 여성들을 찾아다니면서 자극하지 말라고, 적을 늘리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야 될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도 아니다. 가만히 있는 여성들을 일부러 자극할 필요도 없지만, 누군가가 기분 나쁠 수 있기 때문에 '정당한 주장'을 철회해야만 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만약 우리가 '정당한 주장'을 했음에도 상대가 기분 나빠한다면, 그 사람은 처음부터 우리의 사람이 아니었던 거지ㅇㅇ





젠더갈등은 그 자체로 비정상적이다. 사회를 갉아먹는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일이 벌어진 상태에서 옳고 그름을 확실히 매듭짓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매듭지어야 할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 어설프게 화친을 외칠경우, 설령 일순간은 굴욕적인 평안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얼마 안 가 다시 소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성의 아픔이나 좌절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운운하는 깊은 위로가 뒤 따르지만 남성의 아픔이나 좌절은 찐따 운운하는 시니컬한 조롱과 냉소로 이어질 뿐. 이것만 보더라도 이미 얼마나 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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