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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y 24. 2023

오래간만에 우크라이나 전황

우크라이나의 어두운 내일

1.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처절하게 버티던 바흐무트는 결국 러시아의 수중으로 떨어졌다. 중요한 건, 바흐무트가 이미 간당간당 오늘내일하던 시점에서도 친서방 언론들은 "바흐무트 전장 주도권 우크라로 확실히 넘어가, 러시아군 지리멸렬 전멸 예정" 이 따위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었다는 거지. 물론 필자는 전혀 믿지 않았지만 말이다. 말만 요란하고 '실질적인 전공'이 없었으니까. 실제 전장에선 처절한 시가전 속에서 러시아군이 건물 하나씩 하나씩 착실하게 잠식해 들어가고 있었다. 


작년 러시아군이 '진짜로' 지리멸렬할 때 러시아에서는 아군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위대한 러시아군이 선전하고 있으며 우크라군은 패퇴하고 있다."이런 프로파간다를 떠들었었는데 서방에선 "러시아군은 승리의 영광 속에서 후퇴하고 있고 패닉에 빠진 우크라군이 이를 추격하는 중이다."라며 비꼬았었지. 이 양상이 지금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고ㅇㅇ 


원래 시끄럽게 짖는 개 일 수록 물지는 못 하는 법이다.


오해는 하지 말자. 나는 우크라가 크름반도까지 모든 실지를 회복하고 러시아를 몰아내기를 바란다. 다만 희망사항과 현실은 대부분 어긋나기 마련이라는 냉혹한 진리를 성인이라면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2. 우크라의 대반격? 아마 그런 건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사실 우크라가 정말 열세에 빠졌다고 느꼈던 게 바로 이 '대반격' 소문이었다. 


상식선에서 생각을 해 보자. '정말'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면, 그걸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까? 역사에 그런 사례가 있긴 하냐? 우크라 전쟁 중 가장 성공적인 반격이었다던 작년 하르키우 반격에서, 우크라군이 "우리 조만간 존나 큰 거 하나 터뜨릴 거예요~"이러면서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던? 


'진짜로' 대반격을 준비하는 군대가 그걸 동네방네 자랑하듯 떠들고 다니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럼 왜 그런 소문을 냈을까? 필자의 생각으론, 진짜 뒤질 거 같으니까ㅇㅇ


아무리 의구심이 드는 뜬소문이라 하더라도, 일단 '대반격' 소문이 나고 나면 공격자는 일부의 병력을 방어로 전환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소문이 돈 이후 일부 러시아군이 요새 진지 건설과 같은 방어작전으로 전환되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기도 했고 말이다. 이런 식으로라도 러시아군의 공세를 둔화시켜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3. 바흐무트가 완전히 함락되기 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우크라 국정원에 접촉해 러시아군의 기밀정보를 팔아넘기려 했다는 뉴스가 크게 퍼진 적이 있었다. 프리고진은 지금까지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말이다. 


필자는 이러한 접촉이 사실이라고 본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걸 소문낸 이도 프리고진 자신이라 본다.


바그너 그룹 프리고진과 크렘린의 군 수뇌부의 관계가 심각할 정도로 틀어졌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뉴스가 아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 정규군을 향해 개 씹병진 머저리 무능력자 밥버러지 슈레기통같은 놈들이라고 사방팔방 떠들고 다닌 게 하루이틀 된 이야기도 아니다.



혹자는 이러한 양 측의 분란이, 군 무력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걸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독재정부의 의도된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말도 안 되는 멍멍이 소리이다. 나치독일 역시 군 무력을 친위대와 국방군 둘로 나누어 운영했던 선례가 있긴 하지만, 즈들끼리 아무리 사이가 나빠도 총력전 중에 전장에 나가서 "쟤네들(아군)은 전부 무능력자 밥버러지 쓰레기"이따위 소리를 지껄이는 이들을 용납하진 않았다. 특히 대전 말기엔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그 자리에서 즉결처형되는 사례가 빈번했는데 아마 저따위 소리를 떠들고 다녔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자리에서 머갈통에 총알이 박혀 들어갔을 것이다. 


프리고진이 저렇게 떠들고 다닌다는 건, 그냥 크렘린조차 현실적으로 프리고진과 바그너를 제어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다. 어려운 전장에서 그나마 바그너그룹이 정규군보다 더 잘 싸웠고, 때문에 내심 크렘린보다 바그너를 더 신뢰하는 러시아인들도 꽤 많은 상황이다.(특히 극우성향이 강한 러시아인일수록 더욱 그러한 걸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기에 러시아 군부는 의도적으로 바그너에 대한 지원을 줄임으로써 그들이 전장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내리길 기대하는 듯하다.(반동탁 연합군에서 원술이 손견의 세력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군량배송을 끊었던 사례를 생각해 보자.)


문제는 역효과로 바그너그룹의 빡침만 더 커져가고 있다는 거지ㅇㅇ. 일부 바그너 용병들은 러시아 정규군의 군수물자를 약탈하듯 빼앗아 활용하기도 한다고.. 


프리고진이 우크라 국정원과 접촉한 거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본다. '우리'를 자꾸 건들면 '우리'가 어디까지 어긋날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 이거지. 




4. 필자는 이제 크렘린의 군 수뇌부(쇼이구)나 바그너 프리고진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장수가 군을 이끌고 전장에 나갔는데 수도의 왕과 장수의 관계가 틀어지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게 된다는 게 손자병법의 가르침이며 동서고금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풀어놓을 이야기들이 많지만 너무 길어지니까 다음 이 시간에..


+우크라의 내일은 무척 어두울 것이다..



++애초에 프리고진과 바그너가 어떻게 성장했던가? 국가의 이름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멍멍이짓거리를 대리해 줄 어용 용병그룹이 필요했던 푸틴이 의도적으로 키워준 거다. 프리고진은 푸틴 아래서 민간인 납치 고문 살인과 같은 멍멍이짓들 다 도맡아주면서 사냥개로 성장했다. 

당연히 프리고진은 혼자 죽을 생각이 없을 거고 만약 자기 죽을 상황이다 싶으면 지금까지 해 왔던 짓거리들, 미쿸 CNN으로 들고가 9시 뉴스로 다 터뜨려서 크렘린 폭파시켜 버리고 홍차 원샷하겠지. 프리고진이 어긋난 언행을 보일 때마다 크렘린은 똥줄이 타 죽을 지경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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