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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n 29. 2023

루카센코와 여포

러시아 반란 이후 이모저모

1. 암만 생각해도 프리고진은 루카센코한테 협박을 당했던 거 같다. 


전에도 말했지만, 푸틴과 프리고진 사이에는 서로 한쪽에게만 치명적일 비밀이랄 게 별로 없다. 둘이 같이 붙어먹은 쓰레기짓들이니까. 때문에 필자는 전부터 프리고진은 저 죽을 날이 오면 그간 푸틴과 함께 했었던 더러운 것들을 다 폭로할 것이며, 이게 두려운 푸틴은 프리고진이 애저녁에 선을 넘었음에도 함부로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프리고진과 바그너가 그간 '러시아에서만' 활동했던 건 아니다. 용병 '기업'인 바그너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활동을 했고, 게 중엔 푸틴과 별개로 이루어진 쓰레기짓들도 있었던 거 같다. 이를테면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에서도 '활동'을 했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루카센코는 수년 전 쿠데타 혐의(!)로 일단의 바그너 용병들을 체포했던 바 있다. 


내 생각으론, 일단의 바그너 애들이 벨라루스에서 Dog짓 거리를 하다가 크게 약점 잡힌 무언가가 있었던 거 같다. 이 부분은 푸틴은 물론이려니와 프리고진 자신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거 같고 말이지. 


반란이 한창이던 그때, 푸틴은 성급히 주변 독재자 쓰레기 친구들한테 전화를 돌렸다. 게 중 루카센코고 당연히 있었고. 


루카센코 : 야레야레~ 푸틴사마 이거 평소답지 않게 많이 당황하셨군요 후훗. 이렇게 되면 이 몸이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일 까나~? 


이후 루카센코는 바로 프리고진에게 전화했고, 모두가 알고 있듯 기세등등하던 프리고진은 거짓말처럼 모든 반란을 해산한 뒤 벨라루스로 런을 치고야 말았다. 무언가 협박을, 그것도 생각지도 못 한 엄청난 협박을 당한 게 아니라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루카센코 : 우리 프리고진 씨 아주 신이 나셨더마? 신이 나셨어? 근데.. 과연 [이것]을 보고 나서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크킄


루카센코




2. 바그너를 손아귀에 쥐려는 루카센코


이미 바그너는 제 주인의 손등을 물어뜯은 사냥개이다. 그리고 그런 사냥개를 원하는 주인은 어디에도 없다. 그게 세상의 순리이다. 그런데, 벨라루스의 루카센코는 바그너를 적극적으로 포섭하고 있다. 


반란 철회 후 루카센코는 벨라루스 수도 근처에 바그너를 위한 거대 기지를 약속했는데 썰에 의하면 무려 8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물론 최근 군부와 틀어진 루카센코에게 '새로운 친구'가 하나즘 더 필요했을 순 있다. 하지만, 이미 제 주인을 물어뜯은 전력이 있는 미친 사냥개를 푸틴보다 분명히 약한 존재인 루카센코 자신이 더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는 것인가? 대체 루카센코가 잡고 있는 프리고진의 약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프리고진은 언제까지나 '그 약점'에 사로잡혀 루카센코 앞에서 깨갱거릴 것인가?




3. 건방져지는 루카센코


바그너를 이렇게 포섭한다는 거 자체가, 지금까지 루카센코의 상전이었던 푸틴에 대한 도발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바그너와 프리고진은 러시아에선 이제 공식적인 반역자들이다. 이러한 '반역자들'을 내가 품어주겠노라고, 루카센코는 너무 대놓고 떠들고 있다. 푸틴을 자극하는 거지.


한 술 더 떠서, 루카센코는 "푸틴 그 녀석이 말이야, 프리고진을 죽여버리겠다더라고? 크킄. 그걸 나! 나 루카센코가 말렸거든? 어이, 알아들어?"라며 마구 떠들고 있다. 


궁지에 몰린 푸틴이 '반역수괴' 프리고진을 제거하고파 했다는 건 사실 새삼스러울 게 없다. 문제는 그걸 루카센코가 애써 지금 민감하게 끄집어내고 있다는 거지. 푸틴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다.


어찌 되었건 반란 사태로 푸틴도 쇼이구도 프리고진도 모두 한 풀 꺾인 지금, 모든 게 순조로워 보이는 건 오직 루카센코뿐이다. 혼자 기분 좋아 보이고 혼자 나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푸틴은 동맹 간 공동방위와 협조를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반란 직전 루카센코에게 핵 한 발을 선물로 줬던 걸 크게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호랑이 새끼한테 날개를 달아줬고 혹 때려다 혹 하나 더 붙인 꼴이 된 것이니 말이다.




4. 체포된 수로비킨


수로비킨


서방 언론의 설레발을 어느 정도 감안 하더라도, 푸틴은 다소 흔들리고 있다. 원래 통 크게 "반란을 용서한다!"이랬으믄 그냥 싹 다 지우고 넘어가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삼국지에서도 그렇잖아? "나머지는 역적의 협박에 마지못해 따랐을 뿐임을 알고 있다! 이들을 용서하니 모두 집으로 돌아가 반성하라."


그런데 푸틴은 계속해서 '뒤 끝'을 보이고 있다.  


사면한다 했던 프리고진도 벨라루스에 도착한 이후에야 기소를 철회했고, 그다음엔 자금비리를 조사하겠다 그런다. 프리고진 개자식이라고 욕도 한다. 그리고 얼마 전엔 입지전적 장군인 수로비킨을 반란 동조 혐의로 체포했다!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마지못해 루카센코의 중재를 받아 "용서한다."이랬으면서도, 뭔가 뒤끝이 남고 기분이 나빠 부들거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처음엔 대국민 성명으로 "강하게 응징하겠다!" 이랬다가, 그다음엔 용서하겠다 했다가, 그러다 또 체포하고 조사할 건 하겠다 그랬다가. 권위에 타격을 입고 흔들거릴 것이라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것이다.


자, 언급했듯 프리고진은 모스크바 성문 앞까지 1000km를 한 달음에 달려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저항이 거의 없었다는 건 그 길목에 있는 '대감님들'을 거진 다 포섭해 두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수로비킨이 반란 동조 혐의로 체포된다면 '남은 대감님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 루카센코가 미소 지으리라..




5. 루카센코 역시 언제까지나 미소 지을 수 있을까?


"괜찮아. 내가 XXX을 쥐고 있는 이상 놈은 언제나 내 발 밑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야. 크킄"


이거 전형적인 반전 클리셰 아님?


루카센코 : 네, 네놈이 결국 또 일을 일으키는 군. 하지만 네놈은 XXX를 두려워해야 할 텐데..?"


프리고진 : 내가 정말 그걸 두려워했다고 아직까지도 철석같이 믿고 있는 건가? 야레야레~ 정말 잘 속는군 루카센코. 난 그저 내 상처를 치료하고 힘을 복구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인데 말이야 후훗. (계약서를 박박 찢으며) 이거 유감이군."


+프리고진이 아직은 안 죽는 거 같다. 아직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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