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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이 왜 문제?

성인들 간의 정당한 거래도 잘못인가?

by 박세환

나는 리얼돌을 비롯, 자유로운 성인 간에 이루어지는 성적인 거래들이 어째서 불법화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진보적인 나라로 유명한 네덜란드가 장애인 복지에 '성매매비용'까지 처리해주고 있음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물론 성적인 경제행위들을 대부분 불법화하는 현실(리얼돌이나 포르노, 성매매까지)이 내게 불만인 것은, 단순히 그것이 정당한 성인의 선택이기 때문 만은 아니다. 사실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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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야기를 해 보자. 경제의 무대에서 경쟁에 뒤쳐진 이들에겐 생존을 위한 두 가지의 선택지가 남는다. 사회 구조의 잘못을 외치며 특권을 가진 상류층으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내놓으라 요구하는 것이 첫 번째요, 기존 사회 질서와 그 속에서 한몫 잡고 있는 이들에게 철저하게 고개 숙이고 들어가 그들의 팔다리를 주물러주며 떨어지는 떡고물을 구걸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그리고 첫 번째를 택하려 하는 이들은 기분 나쁜 수식어를 감당해야만 한다.


"꼭 보면 능력도 없고 노력도 안 하는 인간쓰레기들이 불만만 많아서 사회체제가 어쩌고 저쩌고 구시렁대기나 하고 말이야."


사회 구조적 문제를 제시하며 더 많은 분배 요구하는 이들에게 으래 따라붙는, "노력도 안 하는 하찮은 인간쓰레기 무능력자 불평분자"라는, 어쩌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오명은 삶이 궁지에 몰린 이들로 하여금 첫 번째 방식이 아닌 두 번째 방식을 택하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두 번째 방식을 택해, 타인 앞에 고개를 숙이고 비굴하게 미소 지으면서 더럽고 비열한 모든 것을 받아주고 모르는 척해주는 대가로 그 떡고물을 받아먹고 있노라면


"그래그래, 그런 게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거야! 이제 좀 철이 들었구먼! 그렇게 좀 더러워도 손에 몸에 똥 좀 묻히면서 다들 그렇게 사는 거야. 하찮은 불평분자 놈들은 이런 게 세상이라는 걸 모르겠지만 말이야."


라며 칭찬인지 모르겠는 칭찬으로 위로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회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며 더 많은 분배를 해줄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프레임은, 어떤 식으로 건 기득권자들의 특권 공고화에 일조한다. 어떤 식으로 건 사람은 현 체제를 순응하고 받아들여야지 그것에 맞서려 해선 안 되는 것이니까. 체제에 맞서려 한다는 것은 철없고 무능력한 인간쓰레기들이나 하는 부끄러운 짓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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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성적인 경제행위 이야기로 넘어가서, 혈기 왕성한 남성들에게 적절한 성욕의 해소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만 모두가 이것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파메일이나 성적 매력이 있는 이들은 이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겠지만 베타 메일도 안 되는 오메가 메일들이나 성적 매력이 저조한 남성들에겐 이것이 충분히 어려운 문제가 되며, 위와 마찬가지로 이들에겐 두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연애가 아닌 별도 행위로 성욕을 해소하던가, 아니면 이성에게 쩔쩔매며 매달리던가.


여기서 전자를 택하는 이들에 대해 "여자도 못 만나면서 다른 지저분한 짓거리로 성욕 해소를 물색하는 쓰레기 패배자"로 매도하는 프레임은 필연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가? 뻔하지. 결국 베타 메일, 오메가 메일들은 성욕 해소를 위해 여성들의 비위를 살피며 더욱 쩔쩔맬 수밖에 없게 된다. 보통 인터넷상에서 말하는 '생계형 버펄로'는 보통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잘난 남자가 생계형 버펄로를 할 필요는 없다. 별 볼일 없는 오메가 메일이니까 그것을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기타 성적 행위들'을 하려 하는 남자들은 하찮고 부끄러운 존재들"이라는 프레임을 지지한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베타 메일, 오메가 메일들의 생계형 버펄로화에 일조하는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리얼돌을 비롯한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가 없어서, 페미니즘을 수용하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어주는 방식으로 정말 정말 간신히 성욕을 해소하는 데 성공한 '생계형 버펄로"에 대해("맞아 맞아, 나도 여성의 피해 서사들에 공감해. 한남들은 정말 부끄러운 줄 알고 반성들 해야 해. 나도 같은 남자로서 정말 부끄러워!") 우리는


"그래 잘했어. 어쩔 수 없이 남자는 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라고 칭찬해 주어야 하는가?


+성매매 인식 교육 여성계 강사에게 들었던 이야기. "이제부터 남자들은 손쉽게 성욕을 해소하려 하지 말고 여자를 더욱 잘 맞추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해요." 여성계가 성적인 무언가를 거래할 수 없도록 불법화해대는 그 본질적인 이유를 잘 말해주었다 본다.

간단하게, 남성들은 '여성을 기쁘게 해 줌으로써' 성욕 해결을 받아내려 해야지 다른 성욕 해갈 수단을 가지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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